마시 캠벨, 코리나 루이켄 <에이드리언 심콕스는 말이 없다>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 아이는 하굣길에 종종 같은 반 친구 A에 대해 말해줍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엄마, A가 오늘도 소리를 질렀어요!” “A는 왜 매일 화를 낼까요? A 때문에 너무 시끄러워요.” 라며 A가 무엇을 집어던졌는지, 그래서 교실에서 무슨 소동이 있었는지를 조잘거려요. 입학식 날 하교시간에 같은 반 친구 엄마들을 교문 앞에서 30분씩 기다리게 만든 것도 A입니다. 종례시간에 보이지 않아 선생님이 A를 찾아 온통 헤매고 다니셨다고 해요. 발그레한 볼이 통통한 이 여자아이는 웬일인지 화장실 안에 숨어 있다 발견되었다고 했습니다.
한 번은 아이들과 함께 집 앞 편의점 갔을 때 A와 마주쳤어요. A는 지렁이 젤리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지렁이 젤리가 아닌 다른 것들을 애들이 왜 먹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퉁명스러운 말투였어요. 그날 우리는 편의점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각자 고른 간식을 하나씩 먹고 헤어졌습니다. A는 지렁이 젤리 한 봉투를 아주 만족스러운 얼굴로 먹었지요. 또 얼마 전에는 A와 공원에서 마주쳐 같이 놀았어요. 아이들이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고 들어가 아직 나무에 붙어있던 매미 껍질을 모아 오자 A는 “으악! 난 매미 껍질 너무 싫어!” 소리치며 도망가는 척하다가 되돌아오기를 반복했죠. 몇 번의 만남이 있은 후, 우리에게 A는 더 이상 ‘매일 화내고 소리 지르는 아이’만은 아니었어요. ‘지렁이 젤리를 좋아함’, ‘매미 껍질은 싫어함’, ‘투덜거리지만 기다리면 돌아옴’ 같은, A에 대한 작고 중요한 정보들이 모였습니다.
밤색 머리를 동그랗게 묶은 클로이는 반 친구 에이드리언 심콕스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미간을 찌푸리고 팔짱을 낀 채 에이드리언을 노려보곤 하지요. 집에 말이 있다는 에이드리언의 말은 거짓말인 게 분명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왜 에이드리언의 말을 들어주고, 심지어 믿어주는지 클로이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에이드리언에게는 말이 없을 거라고 단언하며 툴툴거리는 클로이를 말없이 듣던 엄마는 클로이를 이끌고 평소와 다른 산책길에 접어듭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저 사람이 왜 그렇게 말했을까?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 궁금해하며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거죠. 조금씩 조금씩, 둥지를 만드는 까마귀처럼요. 적어도 저희 둘째 아이에게 A는 더 이상 납작하지 않아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고, 화를 내는 데에 나름의 이유가 있는 입체적인 모습의 친구가 되었죠. 에이드리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단언하는 클로이는 에이드리언에 대해 어떤 것을 알게 될까요? 정말 에이드리언에게는 말이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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