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네 아스크/ 마리 칸스타 욘센, <호랑이가 산다>
방학입니다. 초등학교의 방학은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두 달. 어떤 이는 학교 공부의 공백을 채울 시기라고 하고, 다른 이는 다음 학년 공부를 미리 해 둬야 한다고 하더군요. 물론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의 말은 아닙니다. 서너 시간 동안 가르치고, 놀리고, 점심도 먹여 보내주던 학교가 문을 닫는 동안 양육자는 어린이들과 종일 함께 보내는 일상에 다시금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동안 못 가 본 여행도 가고, 못 해 본 문화생활도 해 보고요. 공부도 놓칠 수 없죠. 그동안 얼마 간은 모른 척 했던 아이의 학습 태도를 맨눈으로 똑똑히 목격하는 시간입니다. 책상에 바퀴 달린 의자는 놓지 말 걸 그랬어요. 저렇게까지 바퀴가 부드럽게 잘 굴러다니는 줄 알았다면요. 책상 위에는 온통 색종이 부스러기며 팽이, 레고 피겨가 가득합니다. 조용해서 뭘 좀 하는가 싶어 보면 만화책에 코를 박고 있고, 귀는 쫑긋 코는 킁킁, 두리번두리번 난리가 나요.
엄마 안에 호랑이가 산다.
호랑이의 잠을 깨우면 안 된다.
우리 모두 알죠. 우리 안에 호랑이가 산다는 걸. 나와 호랑이는 ‘인내’라는 이름의 실로 이어져 있어요. 거미줄처럼 가느다란 이 실이 툭 끊어지는 순간. 발톱을 감추고 몸을 웅크리고 있던 호랑이가 나타나는 것은 그때입니다. 웅크렸던 몸을 순식간에 펼치며 엄니를 드러내고 달려드는 호랑이!
그림책 속 호랑이 엄마의 인내심은 상당합니다. 글자 공부하는 아이가 연필을 가지고 장난치다 부러뜨려도, 지우개를 가지고 놀다 지우개 가루를 후후 불어 떨어뜨려도 엄마 안의 호랑이는 깨어나지 않아요. 감은 눈을 슬쩍 한쪽만 떴다가 이내 감아 버리는 식이죠. 못마땅한 얼굴로 팔짱을 끼기도 하지만 연필도 새로 깎아주고, 지우개 가루도 쓸어 치우고, 뽀뽀도 해 주고요. 우유도 한 컵 따라 줍니다.
엄마는 우유를 따라 주었다.
엄마-마음.
방학 삼 주차에 접어들며 내 안의 호랑이를 점점 더 자주 만나는 것 같아요. 벌떡 일어나 눈을 희번덕거리는 호랑이를 잠재우는 일이 어느새 나의 제일 큰 방학 숙제가 되어 버렸죠. 심호흡하면 작아지는 호랑이. 아이들이 꼬옥 안아주면 사라지는 호랑이. 덤벼들어 잡아먹는 사나운 이가 아니라 아이를 태우고 터벅터벅 걸음을 내딛는 호랑이의 너른 등을 떠올리며 잠든 아이들 이마를 쓸어봅니다. 내일도 우리 평화롭자. 엄마가 변하는 것 같으면 얼른 와서 꼬옥 안아줘.
‘숨은 그림책 찾기’는 일산의 작은 책방 <너의 작업실>과 함께 하는 그림책 소개 콘텐츠입니다. 소개된 책들은 너의 작업실(@your_jakupsil)과 너의 작업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주문 가능해요. 그림책으로 따뜻하고 다정한 동네책방의 손길을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