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의 법칙

마이클J .로젠, <위대한 식탁>

by 숨님
밥 한 숟갈, 빵 한 조각, 그것만 주고 돌려보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어릴 때 엄마는 아무리 배가 부르다고 해도 꼭 밥을 두 번씩 퍼 주곤 했다. 주걱에 밥알 한 톨이 묻게 해서라도 반드시 두 번째 푸는 몸짓을 하며 내 툴툴거림을 못 들은 척 했다. “한 번 주면 정 없대.” 하며 아기 엉덩이 두드리듯이 밥덩이를 토닥토닥. 그러면 입을 내밀고 밥그릇을 받치고 있던 나는 못 이기는 척 자리로 돌아와서 한 그릇을 싹싹 비워내곤 했다. 요즘은 나도 엄마의 몸짓을 한다. 배가 안 고프다는 아이에게 “그래도 때가 되면 밥을 먹어야지.” 하고 상을 차리고, 밥을 푼다. “한 번 주면 정 없대!” 과자를 그릇에 덜어주면서 선심쓰는 척 말해보기도 한다. 한 주먹 더 올려줄 때 주저없이 입꼬리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게 즐겁다.


코로나19가 없던 시절, 아이들이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꽤 자주 이웃집을 오가며 지냈었다. 언제 올 지 모르는 꼬마 손님들을 생각해 집집마다 여벌의 유아용 수저가 있던 때다. 특히 자주 서로의 집을 오가던 옆 단지 친구는 놀다가 끼니 때가 되면 미리 해 둔 반찬에 따끈한 밥을 해서 차려주고, 과일 후식을 내어주곤 했다. 비싼 과일을 욕심껏 집어 먹는 아이가 면구스러워 핀잔을 할라치면 “잘 먹으니 기분이 좋다”며 싱긋 웃고, 돌아서는 손에 아이들이 좋아했던 간식들이며 얼려둔 콩 같은 것들도 한 봉투씩 담아주던 시원시원한 그 몸짓.


이렇게 덜어주고 담아주는 몸짓들을 눈에 담으며 친절과 환대를 몸으로 느끼며 사는 동안, 쪼잔하고 계산적인 내 품도 조금씩 넓어져 왔다. 누구에게 줄 때는 좀 남더라도 충분히, 남의 집에 갈 때는 빈손으로 가는 법 없이, 이왕 할 때 넉넉히 해서 나누어 먹기. 그런 것으로 함께임을 느낄 수 있다면. 밥 한 숟갈, 빵 한 조각, 그것만 주고 돌려보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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