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갈까?

클레어 A. 니볼라, <숲 속에서>

by 숨님
그만 돌아갈까? 가슴이 마구 뛰었어요.
안전한 우리 집으로 그냥 뛰어가 버릴까?


새학기를 맞이하는 두 아이의 온도차는 극명했다. 빨리 학교 가고 싶다고 노래를 하던 지오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떠 지체없이 아침을 먹고 옷을 챙겨 입었다. 신발을 신고 가방까지 둘러멘 시각은 8시 30분. 학년별 집중등교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첫날부터 이러지 말고 진정하라고 말리고 설득해 겨우 가방은 내려 놓았다. 미련이 남아 신발을 신은 채 수시로 시계를 보는 형 옆에서 지안이는 멍하니 아침으로 준 빵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내복바람에 부스스한 머리, 부은 눈으로 형이야 그러든지 말든지 급할 것 하나 없다는 듯이 깨작거리는 둘째. 무거운 눈두덩이며 어깻죽지엔 평소보다 많이 뒤척이고 잠들기 힘들었던 어젯밤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다 .


사실 개학일을 기억하고 더 마음에 둔 것은 지안이었다. 이제 한 달 동안 방학이다, 이제 주말을 두 번만 더 지나면 개학이다, 하며 날을 세더니 엊그제는 이렇게 선언했다. “이제 이틀 후면 개학이다. 엄마! 내일은 아무 데도 안 나갈래요. 집에만 있을 거야.” 이것은 집에 있으면서도 집에 있고 싶은 자의 굳은 다짐. 거실 바닥에 붙어 시간이 흐르는 것을 안타까워 하며 어떻게 해야 좀더 적극적으로 집에서 쉴 수 있을까 궁리하는 집돌이의 천명 같은 것이었다. 두렵고 피하고 싶은 것 일수록 머리 속에서 지워 버리기 힘들다는 걸 지안을 보며 다시 한 번 알게 된 셈이다.


새 교실, 새 선생님, 낯선 친구들, 새롭게 적응해야 할 많은 상황이 지안에게는 어두운 숲 속 같았는지도 모른다.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막연한 두려움은 확실한 대상이 있을 때보다 더 크고 컴컴하게 나를 짓누르니까.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불안하게 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눈을 감아버리거나 못 본 척 피해 돌아갈 수도, 눈을 똑바로 뜨고 어두운 숲 속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지안이는 오늘 아침 뭉그적거리지 않고 가방을 메고 신발을 신는 방법을 택했다. “지안아 오늘 힘내! 좋은 하루 보내!” 하고 꼭 안아주니 잠시 내 얼굴을 보다 목을 당겨 볼을 부비는데 지안이 작은 뺨이 선선하고 보드라웠다. 학교 잘 갔다 와. 안전한 엄마가 안전한 우리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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