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괜찮아, 나의 두꺼비야>
둘도 없는 친구 사이지만 서로 많이 다른 두꺼비 두 마리가 있다. 사교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하양과 조용히 혼자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는 빨강. 빨강은 하양이 다른 친구들 이야기를 떠들어 댈 때면 불편한 마음이 부글부글 끓었다. 분노와 서운함으로 달싹거리던 마음이 끓어넘친 건 하양이 상의도 없이 건너편 숲속의 흰 토끼를 집에 초대했을 때였다. 빨강은 하양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고, 하양은 빨강이 늘 불평만 하고 까탈스럽게 군다고 생각했다. 하양이 “이제 너랑 안 놀아! 난 갈래!”하고 짐을 쌌을 때, 빨강은 당황스럽고 화가 났다. 하양을 잃을까봐 무섭고 슬펐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던 빨강 두꺼비는 옆에 있던 큰 돌을 집어 들어 있는 힘껏 던지고 만다. 하양과 빨강, 둘은 모두 상처입은 두꺼비가 되었다.
“야 채OO, 빠이!”
인사하는 아이의 눈길을 따라가니 뒷통수가 둘 있었다. 하나가 다른 하나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걸어가는 모습이 꽤 친한 사이같아 보였는데, 둘 중 아무도 뒤를 돌아보거나 인사에 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야 채OO! 빠이!!” 더 큰 목소리로 던진 두 번째 인사에도 여전히 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는 입을 다물고 시선을 돌렸다. 짐짓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풀끝을 어루만지며 걷다 긴 풀을 하나 뽑아 반지 모양으로 엮어 손가락에 끼면서 중얼거렸다. “방학만 아니면 친구들한테 보여줄텐데.” 나는 봐서는 안되는 장면을 몰래 본 사람처럼 무참해져 일부러 더 천천히 걸었다.
얼마 전부터 아이는 저 친구를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우리랑 같은 단지에 사는데 형이 한 명 있고, 2학년 때는 4반이었다고 했다. 자기 혼자 자전거를 가져갔던 날에는 친구의 가방까지 들어주었고, 공원에서 만날 약속을 정해 놀다 들어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멀어져가는 저 뒷통수가 아이의 인사에 답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아이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번번이 무안하고 민망했다. "OO이가 못 들었나보다, 마스크 때문에 안 들렸나?" 괜시리 힐끔힐끔 아무 반응 없는 아이의 눈치를 살피며 속으로 궁시렁거렸다. 못 들은 거야, 못 들은 척 하는 거야 쟤는.
사람은 왜 한번에 하나의 감정만 느끼도록 만들어지지 않은 걸까? 왜 행복하면서도 불안하고, 미워 죽겠는데 옆에 있고 싶은 걸까? 상대와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도 내 마음과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 1위’ 임명장을 진작에 줘버렸는데 어느 순간 보니 상대는 저만치 멀어져 있다. 내 손에는 그가 내린 임명장 같은 게 없다. 이 때 나의 감정을 어떻게 느끼고 처리할 것인가. 빨강 두꺼비는 외로움과 두려움, 조바심과 불안, 자책과 후회를 어떻게 할까. 기대와 실망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아이의 꼭 쥔 주먹에 손을 얹는다. 괜찮아, 나의 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