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있어서 행복해요.”
신입사원 시절부터
퇴근길에 늘 전화를 걸던 곳이 있다.
지방에 계신
친정부모님이다.
회사에서 하루를 보내고
문밖을 나서자마자
전화를 건다.
그날 있었던 일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상사는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속상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매일
퇴근길 금쪽이였다.
그때 엄마가 자주 하던 말이 있다.
“그래서 내가 교대 가라고 안 하드나.”
신입사원 시절
회사 일이 너무 힘들 때
그 말을 들으면 더 화가 났다.
위로를 해줘야지
왜 그런 말을 하냐고
투덜거리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도 딱히 해줄 말이 없었을 것이다.
그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
아마 그것이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상담이었을지도 모른다.
신입사원에서
대리가 되고
책임이 되고
팀장이 되는 동안
퇴근길 금쪽이는
매일 전화를 걸었다.
최근에는
내가 부모님께 필요한 것들을
소소하게 챙기는 나이가 되다 보니
전화 끝에 이런 말을 하신다.
“딸이 있어서 행복해요.”
쑥스러움에 서둘러
전화를 마무리하지만,
요즘도
퇴근 시간쯤이 되면
손이 먼저 휴대폰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