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와 게으름 사이, 기초 부족에서 시작된 불안
K-장녀로 태어나서 그런 건지, 내가 이상한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을 거쳐야 하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별개로 관심 있는 것도 많아서
항상 A부터 Z까지 다 알고 싶고 배우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디자인과 기획이었다.
하지만 나는 배우고 싶은 욕망과 동시에 게으름도 컸다.
온라인 강의는 늘 3분의 1쯤 듣다가 다른 강의로 넘어가거나,
그대로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나에 대한 실망만 쌓였고, 실력에 대한 자존감도 계속 낮아졌다.
내가 나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니 타인의 칭찬도 잘 와닿지 않았다.
뭐 하나 제대로 끝낸 적도 없으면서, 도대체 뭐 그리 욕심만 많았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얼레벌레 이 일에 뛰어든 나는,
정석으로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실력 열등감과 불확실함을 더 크게 느꼈나보다.
온라인으로 마주한 디자이너들의 결과물은 세상 뛰어나니까.
(회사에서는 이런 내가 일을 주도하는 역할이었다)
그래서 실업자이자 취준생이 된 지금, 더 방향성을 잃게 되었다.
퇴직 후 두 달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순식간에 지나갔고,
날이 갈수록 우울함만 커졌다.
더 이상 이렇게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업급여 수급 종료까지 5개월,
실업급여를 받는 ‘퇴직자’라는 신분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낮은 자존감은
기초가 부족한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학원들 위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과정 중,
내가 고민한 건 “UI/UX 디자인과 시각·편집 디자인” 크게 두 가지였다.
어떤 쪽으로 나아갈지 결정하지 못한 채,
서울의 ‘큰 3’ 학원 업체에 상담을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