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공부는, 나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가부터 시작된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는 다 그 이유가 있다.
그 일 자체를 원하던가 원하는 것을 위해 지나야만 하는 과정이던가.
어쨌든 도전한 것에 대해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부모가 되는 것은 새로운 시도나 도전과는 차원이 다른 시작점이 필요하다.
나 자신만을 돌아보고 단련하는 이상의 노력과 변화가 필요하다.
나는 어려서부터 유아들을 너무도 좋아했다.
친가에서 완전 왕누나라서 일년에 몇 번 안되긴 하지만 동생들을 돌볼 기회가 많았고
엄마가 교회에서 오랜기간 유치부를 맡으셨기에 자연스럽게 꼬꼬마 보조교사로 성경학교마다 함께 했다.
그런데 환경적인 배경 이전에 나는 유아들을 그냥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기는 하다.
지금도 유아교육과 관련한 관심이 여전히 유효한 것을 보면.
나와 남편은 성경 말씀에 (곧이 곧대로 또는 무식하게) 순종하는 부모가 되기로 결정했다.
27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28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창세기1:27-28
이 땅에 하나님의 자녀가 더 많아지길 원하면 믿는 자매와 믿는 형제가 만나서
3명 정도는 자녀를 낳아야 이 땅에 천국을 확장하는 것이라는 김남국 목사님의 산술적 계산법에
묘하게 설득되어 우리 부부는 가족 계획 목표를 세 명으로 잡는다.
그리고 그 계획은 예상보다 훠어어얼씬 빠르게 현실이 되었다.
그런데 덜컥! 부모가 되어버리고 나니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생물학적 부모가 될 준비는 너무도 되어 있었는데
그 밖의 부분, 특히 인격적 부모가 될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나 자신에 이렇게나 불만족스러운 순간들이 부모가 되기 전엔 많지 않았던 거 같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보니 낮에는 있는대로 감정을 내고
밤에는 아이들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미치지 않은게 감사할 정도의 감정 기복을 겪어내며 뒤늦게 내 멘탈도 육체를 따라 엄마가 되어 가는 중이었다.
처음이니 실수투성이 일수는 있지만
나의 실수로 인해 아이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일은 줄었으면 했다.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지만 흉터는 남기 때문에. 내가 그랬듯이...
육아서적을 읽고 신앙서적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너무도 부족했다.
그건 둘째치고 지금의 내 모습은 내가 그린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다.
비교하고 자존감 깎아내리자고 시작한 엄마 공부는 아니었다.
좀 더 실효성 있는 엄마공부를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서툴더라도 사랑을 더 주는 엄마이고 싶었다. 그리고 그 티가 좀 났으면 했다.
아이가 내 사랑을 알아차렸으면 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럴 에너지가 생길 틈이 없었다.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 워킹맘이었다.
7일 중 2일과 하루 일과 중 3-4시간을 아이들과 보내면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나의 감정과 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커가는 시절에 엄마와의 관계에 있어서 나에게 가장 영향을 미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배우고 찾고 부딪히면서 내린 결론은, 최고의 엄마이려 애쓰기 보다 괜찮은 엄마로 늘 서 있겠다.
나는 이미 엄마가 되었고 충분히 애 쓰고 있음을 알아차려 줘야겠다.
12년의 의무교육기를 거쳐 햇수로 5년간 어른이 되어가는 대학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14년차의 직장인이 되어가는 그 시간 안에는 경쟁으로 인한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었다.
엄마가 되어가는 시간에도 묘한 피로도가 있었는데
늘 누군가와 비교하며 경쟁 모드 때문인 이유도 있었다.
지치지 않는 레이스를 하기 위해선 그 길 위에서 나만의 페이스만 신경쓰면 된다.
물론 메달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있으니 그 부분에 해가 되지 않는 한에서 나만의 충만한 레이스를 하면 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은 마라톤 경주와도 같다.
이 경주의 끝은 내가 천국에 가는 그 때이겠지.
그렇다면 러너인 내게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과 나만의 페이스이다.
이 두가지 모두 현재도 갖춰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의 아이들에게 이 세상에서 엄마가 되어줄 수 있는 존재는
나 뿐이라는 사실!
엄마 경력 만 5.3년, 임신기간까지 7년차.
누적으로 따지면 6세 + 4세 + 23개월 간 엄마 경력이 이어지고 있다.
짧지만 강했던 이 시간들동안 엄마로서의 나에게 가장 중요한 기준점은 "괜찮은 엄마"인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괜찮은 엄마라는 인생 기준에 있어서 나는 어떤 노력을 해 나가고 해결을 봤는지 이야기를 이어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