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내가 상처 입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부터
정식 브런치 자까가 되고 첫 글이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나?
심장이 너무도 두근거린다.
이런 말 참 작가 신청했다가 고배 마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어제 감기약에 취해 힘 줄 힘이 없어 힘 쫙~ 빼고
서랍 속의 세 번째 글을 다듬고 작가 신청에 두 번째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만 하루가 되기 전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역시나 약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 폰을 집어 드니 브런치에서 알림 메시지가.
책을 소개해 준다기에 신청하려고 책 제목부터 뽑아놨는데 아뿔싸,
적어도 5개의 글이 있어야 신청할 수 있다고.
괜찮다.
이미 넉넉 지고 느긋한 마음으로 작가 신청을 했기에
천천히 글을 쌓아가다 보면 브런치 북도 발행할 날이 오겠지.
그래서 오늘은 내가 정해본 책 제목으로 첫 글을 써본다.
나는 연차가 꽉 찬 과장이다.
2007년에 지금 회사를 입사하고 쭉 한 직장에서만 생활을 해왔다.
지금은 5-6년 연차가 차이나는 친구들과 같이 과장 직급을 달고 일을 하고 있다.
누구나 그렇듯이 입사를 하면서 특진을 꿈꾸고 높은 인센티브를 기대하며
맡은 부문의 에이스가 되리라~ 부푼 꿈을 가지고 입사했던 패기 넘치는 이과생이었다.
리더십이 강점이라며 쯩도 없이 패기만 가지고 입사한 첫 회사였다.
그런데 지금 내 상황은 그때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그때는 몰랐다.
일하는 엄마라는 타이틀이 얼마나 어마 무시한 것인지를 전혀 몰랐다.
특히나 애착 육아가 진리라고 믿고 신봉하는 엄마에겐 더더욱.
아이도 중요하고 일(더 솔직하게는 월급)도 중요하다고 어느 한쪽을 놓지 못하던 나에게
셋째 임신은 청천벽력,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이런 벼락이 없었다.
더군다나 업무 강도가 더 높은 팀에서 오라고 연락을 주어서 역시, 다과장 아직 죽지 않았어~
둘째 출산 후 이제는 진짜 회사에서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서 온 힘을 다해 달릴 준비를 한,
하필 딱, 그 타이밍에 세 번째 우주가 나를 찾아왔더란 말이다.
첫 임신 고백에 돌아온 반응은
"이 주수가 되기까지 모르진 않았을 것 같은데, 언제 아셨어요?"
차디찬 팩트 체크 질문이었다.
잊고 있었다. 직장은 이윤 추구를 위해 모인 집단이라는 사실을.
그 안에서 혼자 잘해주고 상처 받기도 모자라서
12년 차가 되어서야 차디찬 현실을 꾸역꾸역 삼켜야 했던 애 셋 딸린 워킹맘.
이렇게 글로 풀어낼 수 있는 걸 보면 나 참 많이 컸다. 싶다.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들이 많은 그 직장을 떠날 생각을 하고 짐 싸들고 돌아온 그 날이 무색하리만치
상처를 회복하고 내 발로 다시 그 전쟁터로 자진해서 들어갔다는 사실이 대견하다.
그러고 보니 처음이다. 나에게 대견하다고 말해 주는 게.
다과장, 잘했어. 그리고 잘하고 있어. 토닥토닥~
나의 건강한 독립 이야기를 하려면 내 흉터부터 꺼내둬야 하겠지?
차근히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다.
thanks to,
초보 작가 글을 라이킷 해주시고 구독해 주신 한 분 한 분께 고개숙여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더 맛깔난 글로 자주 뵙도록 노오력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