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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카포 Nov 05. 2020

직장 동료에게 인간미를 기대한다는 것

일도 잘하고 인간적인 그분께서는 1인 기업을 운영하고 계시더라는

나는 숫자 다루는 일을 10년 정도 해왔었다.

그래서일까?

얼굴을 대하고 커피 한 잔 하는 것보다 컴퓨터 화면을 대하고 깜박이는 커서를 바라보는 게

마음 편한 사람들로 가득한 환경이었다.


나?

나는 술은 못해도 술자리 분위기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모닝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밤새 잠긴 목소리를 좀 띄워주는 게 좋은 사람이었다.

관.계.우.선.주.의.

이런 단어가 있다면 딱 나를 위한 표현일 거다.


동료 직원이 상사로부터 부당한 일을 당하며 내 일처럼 화를 내고 심지어는 나서서 직접 말하기도 했다.

면전에 대고 곤란한 말을 하는 사람에겐 바로 해맑은 얼굴로 대꾸를 해야 성미가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웃긴 게 뭐냐면,

이런 일련의 일들이 나에게 일어났을 때 나는 나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물아홉, 꽃 다운 나이에 원인 모를 발목 통증으로 3개월을 양쪽에 보조기를 차고 생활했다.

그런 상태로 야근을 하고 다리가 퉁퉁 부어서 울면서 집에 가는데 아무도 알아주는 이가 없었다.

"이거 언제까지 돼요?"

돌아오는 차가운 질문뿐...

그렇게 알뜰 살뜰히 챙겨줬던 동료들은 하나 둘 퇴사를 했고 나는 그렇게 홀로 남겨져 있었다.


상사는 지는 일도 안 하면서 남을 잘 쥐어짜 내는 전형적 관료주의적 메니져였다.

게다가 회사에서 좋아하는 K 대 출신.

자기 힘들면 징징 거리는데 부서원들은 힘들거나 말거나

결국 징징 거리면서 나가겠다고 연봉 한 번 올려 받고 결국은 좋아하는 위치도 꿰차고 이직했다.


너무 화가 나서 조용히 결근도 해 봤다.

"다음에 잘해!"

팀장님한테 들은 얘기는 이게 다였다.

"왜 그랬어?"

기대한 그 한 마디는 결국 듣지 못한 채 몇 달이 지나 다음 기회는 다른 팀에 가서 찾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다시 한 번? https://worldteach.co.kr/wp-content/uploads/mangboard/2020/03/31/F3657_564.jpg
다시 스물아홉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달리 해볼까?


일단 몸이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나를 방치하지 않았을 거다.

근면이 인생 최고의 선인 양 고깟 숫자에 내 인생을 걸지 않았을 거란 말이다.

그리고 헛똑똑이 짓도 그만 할 거다.

남들 다 알아주고 가서 대신 싸우고 할 시간에 빨리 업무 처리하고 칼퇴해서 자격증 공부를 했을 거다.


그런데 정말 기회가 주어져서 그렇게 했다면?

나도 그놈과 똑같이 "언제까지 보고서 줄 수 있어?" 차갑게 물어보는 직장인이 되었겠지.

성과 우선 또는 자기 성장 우선인 사람이 되었겠지.

그리고 언젠가 현타가 와서 인간 냄새 좀 풍겨보겠다고 정 반대의 삶을 지향하며 애썼으려나?


다시 돌아봐도 스물아홉의 인생 브레이크를 만난 게 은혜다.

내 인생의 큰 깨달음과 휴식을 선물해 준, 그리고 직장에서의 운신이 전부가 아님을

총체적으로 깨닫게 된 엄청난 기회였다.


그 일이 있음으로 정기 대학병원 검진 덕분에 입사하고 5년 만에 엄마랑 낮 데이트를 해봤다.

그리고 내려놓게 됐다.

그 일이 최고이고, 자격증도 여전히 갖고 싶었지만

꼭 그 자리 아니고서라도 나에게 다른 기회들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저 포기하지 않고 나에게 새로운 문이 올 때 열고 나갈지만 결정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누가 봐도 좌천인 인사가 새로운 기회라는 리본을 달고 온 선물이 되기도 한다.

그런 게 어디 있냐고?

여기 그 산 증인이 있다.


그러니 오늘도 버틴 당신, 잘했다.

수고 한만큼 오늘 저녁은 푹 쉬어주기로^^

수고했어, 오늘도. 밀크쉐크 한잔 어때? https://images.app.goo.gl/6Z59vsovTTAhhwoV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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