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서 출근하고 달려서 퇴근하는 길
매주 월요일은 내가 제일 기다리는 요일이다.
주말 격무 (공주 셋과 놀아주기, 동화책 인당 n권씩 읽어주기, 건강을 위해 남편에게 이끌려 다섯 식구 아웃팅 - 그나마 캠프가 아닌 것에 감사해야 하는가 - 등등...) 후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 허락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인체의 신비 중 으뜸은 그렇게 힘들게 주말에 굴렀는데도 살은 안 빠진다는 거?
오늘은 감기에 걸린 지 꼬박 8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제 감기도 끝물이겠다 2주일 만에 운동을 가기로 약속을 잡았다.
워킹맘에게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는 것은 매 순간을 달려야 한다는 의미와 같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기 적당한 귀가시간인 8시까지 집에 도착하려면
5시 클래스가 황금 타이밍인데 늘 달려서 5분 지각한다.
원장님께는 정말 죄송한 일이지만 저도 살려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ㅠ.ㅠ
이 자리를 빌려 강남 온더필라테스 최희진 원장님 감사드려요. 알라뷰~
그리고 5시 퇴근을 하려면 업무 시간 중에도 달려야 한다.
일단 월요일은 남편 출근 스케줄에 맞추다 보니 6시 반 경에 사무실에 도착한다.
멀뚱히 앉아있기도 지루해 월요일은 평소보다 한 시간 빠른 7시 출근을 한다.
화장실도 참았다가 달려가서 볼 일을 해결하고
목은 딱 목말라죽기 직전에 탕비실로 달려가서 텀블러에 받아와서 수분 충전!
월요일은 왜 때문인지 퇴근 시간이 다 돼 갈수록 날 찾는 사람들이 꼭 하나 이상은 있거나
내가 필요해 부탁의 절을 하며 전화하는 일들이 생긴다.
오늘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메일을 신나게 쓰고 있다가 피씨가 셧다운 됐다.
급하게 다른 분 자리 가서 1시간 야근을 신청...이라고 해봤자
이미 야근 신청 시간으로부터 43분 지난 상황 으하하하하하하
정말 제정신인 게 다행인 상황이다.
정말 살아보겠다고 기 쓰고 애쓰고 하는 운동인데도 도착하면 늘 멘탈이 나가 있는 상태.
그나마 운동 전에 근육 푸는 시간만큼 멍 때리는 게 허락돼서 너무도 다행이다.
적당한 근육통과 함께 뿌듯하게 퇴근을 하면서 오늘은 오랜만에 건강식 저녁을 허락해줬다.
10월 한 달간 운동 마치고도 집으로 달려갔었는데
몸을 혹사시킨 뒤 감기로 탈이 난 나에게 나만의 오롯한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어서.
아이들 자는 시간 30분을 뒤로 미루는 크나큰 결심을 하고 역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이 카페는 코로나고 뭐고 서로에 대한 정을 나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바깥에서 이 상황이 보였다면 안 들어왔을 듯...
이미 들어온 거 어쩌겠어. 조용히 에어팟을 꽂고 샐러드 식재료들의 식감을 음미한다.
노이즈 캔슬링한 에어팟에서는 "부와 투자의 비밀" (너무도 읽고 싶었던 책)을 기계 성우님이 읽어주고 계신다.
저녁 먹으면서도 책 듣기라니.
피식 웃음이 난다.
그렇게 듣기 시작한 책은 집에 도착하니 벌써 30%나 읽혀져 있는 상태.
워킹맘의 하루가 오늘도 이렇게 초 단위로 흘러갔다.
나만을 위한 운동과 저녁 시간을 허락해 준 약빨로
아이들의 온갖 투정이 애교로 보이고
잠자기 전 사과와 배와 감을 달라는 딸내미들의 주문에 열심히 도마 위에서 과일을 썰어 낸다.
그 덕분에 잠자리 독서 전 이렇게 글도 쓸 수 있고.
오늘 하루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던 평일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