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보는 건지 진심인지 알기 어려운 6세 언니의 후킹 (hooking)
엄마, 오늘은 일하러 가지 말고 나랑 놀면 안 돼? 제에바알~
엄마, 안되면 이따가 나 데리러 오면 안 돼? 응? 응?
코로나로 시작된 재택근무가 벌써 9개월째.
팬데믹 상황이 이렇게 길어지리라고 누가 알았을까.
엄마가 집에서 일하는 상황을 이제는 받아들이고 제법 이해도 할 법한데
우리 집 6세 왕 언니는 오늘도 등원 전 엄마에게 낚싯대를 드리운다.
사실 우리 집에서야 왕언니지, 여섯 살이면 아가는 아가지.
사실 아이에게 팬데믹 상황은 친구들이랑 더 많이 놀지 못하고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며
좋아하던 주말 문화센터 나들이와 주일학교 예배를 가지 못하게 된 상황 일터.
엄마가 눈에 보이는데 자신과 놀아달라고, 하원에 마중 와 달라고 요구하는 게 무리도 아니다.
오히려 재택근무하는 날은 이런 밀땅 강도가 더 높아지는 것도 같다.
그래서 코로나 초반에는 근무를 위해 재택 일로 배정받은 날도 사무실로 출근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상황 속에서 직원들 만족도도 좋았고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사무실을 오픈된 공간으로 리노베이션하고 상시 재택 비율을 부여해 일정 인워만 사무실 출근을 할 수 있다.
아이들도, 나도 재택 일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일하는 엄마로서의 생활이 어렵게 되는 것이다.
다과장: 라부야, 엄마는 일하는 게 행복해. 라부는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이랑 노는 거 좋지?
라부: 응!
다과장: 그래, 그러면 라부가 유치원 갈 동안 엄마는 엄마일 열심히 해야겠지?
라부: 아니!
다과장: 그럼 엄마가 라부더러 유치원 가지 말고 엄마랑만 놀자고 하면 좋겠어?
라부: 응!
다과장: 진짜? 맨날맨날 피쓰랑 조이 어린이집 가도 엄마랑만 있으면 좋겠어?
라부: 음...
그건 저가 생각해도 좀 아닌가 보다. 후후.
다행이다. 그래도 사리 분별이 조금 되는 상황인 듯...
그러나 이런 설득도 약발이 딱 5분밖에 되질 않는다.
결국, 그래서 오늘도 점심 먹고 걷듯이 달려서 아이 하원길 마중을 다녀왔다.
사실 엄마가 기다려주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지만
그 길에 엄마가 자기만 젤리를 사주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평소에 이 썩는다고 단 것 절대 안 주는 엄마이기에.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랴.
그저 매일을 최선을 다해 살면 되는 거지!
아이와 절대적인,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느니 그 날 그 날 대화를 통해 풀어보고 안되면
나의 업무적 여유가 허락되는 날은 커피 타임을 아이에게 슬쩍 내주면 되는 것이지.
아이의 따뜻하고 말랑한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한 번 더 마무리 투구를 날린 건 안 비밀.
"라부야, 근데 이제 좀 더 추워지면 할머니 차 타고 하원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