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조직에서 새로운 사업 전략이 실행되기까지는 “정말 정말 정말 매우 매우” 험난한 길을 거쳐야 한다. 험난한 난이도로 치자면 어쩌면 성과를 내는 일보다 더 어렵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잘 짜인 로드맵과 호흡 맞는 제품팀만 있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여러 조합들이 잘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실행할 수 있다. 모호하게 표현하고 싶진 않지만 정말로 그렇다. 시기도 잘 맞아야 하고, 상황도 잘 맞아야 하고, 여러 방면에서 잘 협조 되고 진행돼야 한다.
그래도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레버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을 뽑는다면 “추진하는 팀의 유려한 Collaboration(또는 cross-functional) 능력”이라 말하고 싶다. 이 능력이 베이스로 갖춰져야 비로소 최소 충족 요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오늘은 조직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이나 전략을 추진할 때 마주칠 현실과 각오해야 할 점들을 소개하겠다. 글을 통해 협업 능력이 왜 중요하다고 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전달됐으면 한다.
“좋은 생각인데, 말씀하신 저희 팀 (핵심) 인력을 투입하긴 어려울 것 같네요. 저희도 사람이 없어서요.”
“꼭 그걸 우리 가맹점에서 시험 판매를 해야 하나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그래서 반드시 필요한 협조를 요청하는데도 회의에서 이런 답변을 듣게 되면 ‘이럴 거면 차라리 때려치우고 말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렇지만 우린 때려치우면 안 된다.)
어찌 됐든 애초에 우리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사소해 보일 순 있으나, 이런 난관은 선입견을 불러오고 이는 (협조받아야 하는) 다른 조직에게도 영향을 미쳐 앞으로의 일을 진행시키는 데 매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업 전략을 판단하는 시점에서부터 의사결정자(Key Man)를 끌어들이고, 실행에 꼭 필요한 경영 자원을 보유한 부서와 담당자를 아군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들과 앞으로의 전략을 미리 공유하고 참여시켜, 주요 실행자들 간의 합의된 결론*을 가진 상태에서 일이 시작되어야 한다.
“합의된 결론”은 타협된 결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관련자들이 한 자리에서 의논하여 각자의 확실한 이익이 주어지는 결론으로 의견을 일치시키는 것을 말한다. 주요 stakeholder들이 모이게 되면 아이디어는 더 좋은 아이디어로 바뀔 수 있고, 총 계획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맡을지 디테일한 계획까지도 세워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합의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위의 일이 순조롭게 잘 진행됐다 해도 고난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떻게든 경영 자원을 손에 넣어서 TF가 꾸려져 이제 일을 진행하면 된다고 치자. 아마도 지금까지보다 더 힘든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신규 사업 지원에 관한 예산이나 인원 계획이 관련된 타 부서에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고, 1년분의 예산만 책정될지도 모른다. 모든 부서는 나름의 업무와 예산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신규 사업에 소극적으로 협력할 수밖에 없다.
수직적인 시스템의 폐해로, 거대한 조직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는 그 밖에도 무수히 존재한다. 관계자를 조율하는 일은 특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며, 사람에 크게 좌우되는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명확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이상적인 사업 전략일지라도 실제로 형태를 갖추고 실행되어 성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때로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경쟁자의 정보를 끌어모아야 할 때가 있다. 의사결정권자를 회유하는 일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이길 수 있는 싸움을 거듭함으로써 차근차근 실적을 쌓아나가는 꾸준한 프로세스야말로 실제 사업 전략의 근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