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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Dec 12. 2019

병가 2일차, 소소한 일상 기록

휴직일기(3)



오늘은 바쁘게 많은 것들을 했다

아주 알찬 날이었다



수영


오전에는 수영 강습을 갔다

첫 수업은 화요일이었는데(이걸 쓰는 현재는 목요일) 회사에 가느라 출석하지 못해서 내겐 오늘이 첫 수업


욕심내서 월/수/금 & 화/목 반을 모두 등록했다가 뒤늦게 월/수/금 반을 취소했는데

스포츠센터 측에서 일처리를 이상하게 해서 화/목 수업이 취소되고 월/수/금 수강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며칠 전 전화문의를 하다가 이 사실을 알고 정정을 요구했고, 강습비를 결제하러 방문했을 때에도 제대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서 다시 정정해달라고 했는데.. 오늘 출석부에 또 내 이름이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처리였지만 어쨌든 수업은 듣게 됐으니 분노하지는 않았다


예~전에 자유영까지 배워서 강사님께 자유영까지 했다고 하니 자유영으로 한 바퀴를 돌으라고 했다

그렇게 호기롭게 출발..하자마자 강사님의 '읭?' 소리와 함께 나는 자유영 팔 젓는 법부터 다시 배우게 됐다

어차피 제대로 습득한 자유영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렇게 걸려서 제대로 배우게 된 것이 잘됐다 싶었다

수업시간 내내 킥판 잡고 음파음파 하면서 팔을 휘저으며 레일을 돌았다


강습 시작되기 전에 자유수영을 하러 몇 번 갔을 때는 50분이 정말 안 가더니만, 강습을 하니 시간이 빛처럼 지나갔다

학교 수업시간이랑 회사 근무시간은 안 가는데 수영 강습시간은 빨리 지나가다니 신기했다

내 속으론 수영시간이 꽤나 재밌었던 모양이다





요리


요리라고 하기엔 민망한 것이지만.. 그래도 내 수준에서는 요리니까.. 팬케이크 만들기를 감히 요리라고 칭하겠다

노브랜드에서 990원인가 주고 산 팬케이크 가루로 예쁘게 팬케이크 만들기에 도전했다


전에 몇 번 해봤는데 지옥의 팬케이크가 완성될 뿐이어서 크게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다시 시도했다

이전까지는 프라이팬에 했었는데 오늘은 궁중팬을 선택했다

잘 섞인 반죽을 팬에 부우니 궁중팬의 경사 덕에 동그랗게 잘 자리잡았다

그렇게 2분 30초 정도 지났나... 반죽을 뒤집어보았는데 기대와는 다르게 바보 같은 모양이었다


1차 시도.. 실패... 반죽은 참 예쁘게 부었는데..


음.. 도구 선택은 잘 했는데 요리 시간을 잘못 맞춘 것 같았다

한쪽은 얼룩소 무늬가 되어있고.. 다른 한쪽은 허여멀건 색이라니..




작전을 변경해 다시 2차 시도에 돌입했다

생각한 것보다 더 오래 반죽을 익히기로 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랬더니 모양이 생각보다 잘 나왔다

팬을 흔들어서 뒤집기도 성공했다, 뿌듯해서 남자친구에게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기도 했다


전통호떡 같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전에 비해서 아주 동그랗게 잘 구워졌다!




팬케이크 두 쪽 구웠다고 기분이 좋아져서는 나름 예쁘게 플레이팅 해놓고 먹었다

1차 시기 팬케이크는 2차 시키 팬케이크로 가려서 못생김을 상쇄시켰다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무지무지 배불렀다





이 외에도


같은 건물에 사는 분에게 나눔 받은 믹서에 이것저것 갈아먹었고

마트에 우유 사러 갔다가 갑자기 샤브샤브에 꽂혀서 재료를 잔뜩 사오기도 했는데..

그 얘기도 쓰려고 했는데..

병원에서 상담 받은 이야기를 써야 하니까 용두사미로 이 글은 줄여야겠다




어제 남자친구랑 통화를 했다

일기를 썼다고 하니까 오늘 일기는 맘에 드냐고 했다 (내가 첫날 일기가 맘에 안 든다고 해서 물어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제보다 더 별로라고, 글쓰기 실력이 형편없어졌다고 했다

남자친구는 일기인데 왜 잘 써야되냐고 물었다


그러게, 일기인데 왜 잘 써야 되지

이유를 모르겠는걸?


이렇게 맹목적으로 뭔가를 열심히, 잘하려고 하는 이 습관이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는 걸

그래서 나는 적어도 병가를 내는 동안은 힘을 빼고 사는 게 좋다는 걸 자꾸만 잊어버리고 있나보다





맥락도 없고, 주제도 없고, 중구난방에, 문장도 지저분한

(내가 아주 싫어하는 스타일의) 글밖에 못 쓰게 되었지만

그냥 받아들이고 하루하루 기록해 보기로 다시 맘을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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