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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로해 주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

암진단 후 1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쓴 글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처음으로 보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암이 있다는 걸 모를 때였는데 암진단을 받기 전까지 각종검사 릴레이 과정에서 <나의 아저씨>를 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암이 내 몸에 살고 있다는 걸 까맣게 모르고 있던 2018년 5월 22일, 나는 엄마와의 관계에서 괴로워하면서 쭈그러져 벽에 붙어 누워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며 울고 있었다.


슬픔과 우울한 감정을 느꼈던 나의 감정이 드라마의 감정선과 맞닿아 그 감정에 푹- 빠져서 셀프 위안, 공간, 치유의 시간을 가졌었다.


1년여 만에 <나의 아저씨>를 다시 본다.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그 사이 나는 고난의 과정을 견뎌냈고 지금은 작년에 비해 매우 단단해진 멘탈과 또렷해진 나를 발견한다.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한 정신으로 일하고 있으며 살면서 최초로 내 몸을 챙겨주고 있다.


돌이켜보면 내가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그리고 왜 계속해서 힘들어했을까? 내가 가장 크게 놓치고 있었던 건 바로 내가 엄마를 바꿀 수 있다는 착각이었다.


요즘 심리상담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심리가 타인을 바꾸고 싶은 우리들의 통제욕구다. 그러면서도


내가 더 잘하면 바뀌겠지?
내가 더 노력하면 변화겠지?
내가 더 뭔가를 하면 나아지겠지

이런 생각들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고, 이 마음이 나 자신을 변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는 걸

지나고 보니 알게 된다.


우리는 타인을 변화시킬 수 없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그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았다는 걸 표현하는 것. 당신의 작은 말 한마디가 당신의 눈빛 하나가 나에게는 참으로 스트레스고 상처였다는 걸 말할 수 있다.


나는 암이 걸리고 나서야 제대로 표현했다. 그전에 나는 제대로 나의 상처를 전달하지 못했다.


참거나 화내거나


이 두 가지 비효과적인 대처방식으로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런 나에게 미안하고 그러면 될 줄 알았던 내가 안쓰럽고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변화하는 중인 내가 다행이다. 누군가의 말을 듣고 내 마음이 상처받았을 때 이제는 그 상처를 묵히거나 내 탓을 하거나 쌓아놓지 않는다. 그 상처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고

그 상처를 받은 나를 위로하고 그 상처를 안 받을 수 있게끔 나를 보호한다. 내가 상처받았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내가 공부해 보고 시도해 본 방법 중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성찰
자기표현
소통
자기 공감


내가 변화하니 결국 상대방도 변화한다.



암수술 후 4년 6개월 검진을 앞두고 지난 시간 생각하고 써두었던 글을 정리해 보니,

그동안 또 많이 단단해졌습니다. 앞으로도 더 단단해질 나를 위해, 그리고 내가 만나는 모든 관계에서

조금 더 성숙한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글을 씁니다.


만 서른넷에 유방암 확진 후, 항암치료를 마친 지 5년 차가 되어가는 시점에 꼭 정리해두고 싶었던 이야기를 브런치에 담아놓습니다. 유방암 확진 후 놀란 분, 곁의 가족이나 친구 지인 분에게 참고가 되는 글이길 바라며 씁니다.

<개인 유튜브>

https://www.youtube.com/@Ibecomemorekindtome/

<출간 저서>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9004969



글: 이혜진

사진: pinterest

https://brunch.co.kr/@itself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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