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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다는 증거

오늘을 살아가는 힘

우리 이렇게 셋이 제주 여행가면 참 좋겠다


오늘 낮 포랑 포아빠랑 산책하며 내 입에서 나온 말이다. 진심 그랬다. 여행가고싶었다. 이젠 외워버릴듯한 집앞 서울식물원 풍경은 조만간 지겨워질까봐 두려울 정도다. 새로운 자연을 보고싶다. 따듯한 남쪽 '나라'는 몇년간 물건너갔다치고 제주는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꼭 제주가 아니어도 괜찮다. 강릉도 훌륭하다. 그냥 내가 있는 이 곳 말고 '새로운' 곳을 눈으로 보고싶은 욕구는 하루에도 몇번씩 올라온다. 그리고 누르기를 반복한다. 지금 움직이는 건 자제하자. 너에게도 남에게도 피해가 되는 일인 거 알잖아. 그러면서 나를 다독인다.


자극추구*(Novelty Seeking:NS)
새롭거나 나에게 이로운 자극, 잠재적인 보상 자극에 끌리면서 행동이 활성화되는 유전적 경향성. 뇌의 행동 활성화 체계와 관련됨.
관련 정서: 분노(Anger)

*TCI기질및성격검사에서 측정하는 타고난 기질의 한 차원


타고난 기질(temperament) 상 자극추구가 백분위 100인 나에게는 '우울함'보다 견디기 힘든 감정이 '심심함'이었다. 자극추구와 관련된 정서가 '분노'라는 것이 그냥 텍스트로 배울 때는 '왜?'라고 의문을 던졌지만, 막상 자극추구 100으로 살아가다보면 나에게 이롭지 않은 자극은 '분노'로 경험된다.




새로운 것은 나에게 이로운 자극으로 해석되어 급속도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나는 사실 굉장히 단순하게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났다. 새로운 것을 보면 자동적으로 도파민 레벨이 상승하며 신나한다. 돈이 많이 들지도 않는다. 그냥 새로우면 된다. (이건 나의 반려견 잭러셀테리어 포도 똑같다. 비싼 장난감이나 간식보다도 새로운 택배박스에 더 흥미를 느끼는 우리 포)


반대로 익숙한 것은 지루해한다. 예전에는 '싫은 감정'까지 느꼈다. 똑같은 것은 하찮아보이고, 늘 남들과 다른 게 좋았다. 지금도 내가 하던 것을 누가 비슷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흥미가 떨어진다. 독창성에 대한 열망이 강한편.


그런데 내 남편을 보며 늘 새롭다 느끼는 최초의 경험을 몇년째 하는 중이다. 속으로 (혹은 가끔은 바깥으로) 말한다.


당신이 매일 새로워서 참 다행이야. 지루해졌으면 어쩔뻔했어..

7년간 매일 보는 얼굴인데 난 이 사람이 항상 새롭다. 이건 아직도 참 신기한 일이다.


이 사람은 나에게 단순 '자극(stimulus)'이 아닌가보다. 단순히 3초간 나의 attention을 끌고 흥미가 떨어지는 새로운 예쁜 신기한 자극을 넘어선 어떤 '존재(being)'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계속 궁금하고 알아가고 싶고 더 관계하고 싶다. 이 사람이라는 존재가 나에겐 하나의 연구주제처럼 계속해서 탐구하고싶은 대상이다.


심리학도 마찬가지.


2003년 대학교 1학년 심리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2020년이 될때까지 탐구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여전히 신기하다. 나처럼 산만하고 다양한 흥미가 있어 직업도 회사도 한 곳에 2년 이상 머물지 않아왔던 내가 유독 '심리학'이라는 분야는 이토록 오래 깊이 알고싶어한다.



며칠 뒤면 창업5년차가 되는 우리 회사도
벌써 20년 가까이 흥미를 잃지 않는 심리학 분야도
8년째 함께하게 될 남편에 대한 신기함도


눈에 보이는 단순한 자극 이상의 존재로 내 안에 자리잡아가나보다.

그렇게 내가 매년 조금씩 어제보다는 더 나은 인간으로 성숙해지고 있다는 반증같은 존재들의 리마인드 덕분에 이 지겨운 코로나블루로 우울해도 짜증이나도 오늘의 나는 나를 또 다독이며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나간다.



글: Chloe Lee

사진: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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