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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관리를 요리처럼

너무 지루하거나 너무 지친 나를 돌보는 습관


이번달 심리학 북스터디로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을 읽는 중에 남기고픈 말이 생각났다. 이건 브런치에 올리면 좋겠다 싶은 내용. 특히 민감한 사람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내용, 책 <센서티브>를 제목만 보고도 구매결정했다면 이 글의 독자가 맞다. 나 또한 매우 민감한 기질을 선천적으로 타고났고, 후천적으로도 매우 민감하게 살아온 사람이라 '민감성'에 대해서는 하고싶은 이야기도, 나누고픈 이야기도 참 많다.


사람은 누구나 너무 지루한 것을, 그리고 너무 지치는 것을 싫어한다.


사람은 신경계가 적정 수준으로 활발하게 깨어있을 때 최고로 기능하는데, 그 ‘적정 수준’이라는 것이 참으로 알기가 어렵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지루해져 버리고, 나도 모르게 지쳐버린다는 것은 그 적정 수준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의미겠지만, 내가 지루해져야지! 지쳐봐야지!라고 의도하진 않기 때문이다. 어쩌다 마주친 지루함과 지치는 상태는 반갑지 않은 감정이다.


사실 우리에게 마음관리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 적정 수준의 긴장을 찾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나의 마음을 모니터링하는 습관을 들인다는 것 자체가, 내가 어느 정도로 긴장하고 있는 지를 세세하게 헤아려주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긴장 상태에서 나타나는 신체적 반응은 다양하다.

-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 몸이 떨리거나
- 심장이 두근꺼리거나
- 의식이 히미해지거나
- 복통이 일어나거나
- 근육이 경직되거나
- 손이나 다른 신체부위에 땀이 난다


평소에(그러니까 너무 지루하지도 않고, 너무 지치지도 않은 시간들) 내가 어떤 상태를 원하는 지, 현재 상태의 긴장수준이 얼마나 높다고(낮다고) 느끼는 지를 점검해보자. 마음관리도 몸관리나 요리처럼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일상적으로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예를들어, 닭강정 2인분을 만들 때를 생각해보면, 질한 닭고기와 반죽처럼 농도가 다른 두 용액이 만났을 때 농도가 높은 쪽으로 용매가 옮겨가는 삼투압 현상이 나타나는 매커니즘을 요리할 때 기억하느냐 그렇지않느냐에 따라 요리의 퀄리티가 달라진다. 즉 삼투압 현상을 기억하는 사람은 닭고기를 요리하기 한참 전에 반죽에 담가 놓는 일을 방지할 수 있으며, 닭고기에서 흘러나온 물이 반죽 안에서 따로 놀 현상을 예방할 수 있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은 그 때 그 때 알아차려주지 않고 무시하거나 눌러버리면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는 폭발하는 매커니즘을 갖고 있다. 평소에 나의 긴장수준을 알아차리고 돌봐주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긴장이 폭발하여 내가 미친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중심을 잃을 수 있다.


그러니 우리 내 마음의 적정상태를 찾기 위해 오늘도 나에게 물어보면 좋겠다. 지금 마음이 어떤지. 어떤 걸 하면 마음이 기쁘겠냐고. 뭘 먹으면 기분이 좋겠냐고. 어떤 걸 하면 좀 가벼워지겠냐고. 그렇게 자꾸 물어봐주면 내 마음은 대답을 해준다. 그 소리를 잘 들어보자. 그리고 세상에 꺼내보자. 글로 풀어놓아도 좋고 신뢰하는 사람에게 말해보아도 좋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마음을 요리하되, 마음의 매커니즘을 기억하면 좋겠다. 내 마음을 꺼내어 돌보는 것은 내가 이 험난한 세상에서 더 편안하게 살아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실천적이고 과학적인 행동이다.



글: Chloe Lee

그림: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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