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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휴식

완벽주의자가 말하는 '이 정도면 완벽해!'


완벽한 휴식이다.

결혼 후 6년만에 혼자 떠난 여행 이튿날 내 마음 속에서 내 입밖으로 인스타그램에까지 튀어나온 말이다.

대체 어떤 조건들이 채워졌길래 나에게 완벽한 휴식이 되었단 말인가. 프로성찰러답게 또 생각해보았다.


1. 내 마음에 드는 동네에서의 오션뷰
2. 좋아하는 책을 맘껏 읽고 자유롭게 생각하는 시간
3. 100퍼센트 나 혼자만의 시간


도대체 어떤 욕구가 충족되었길래
3가지만으로 그 어렵다는 완벽이 이루어졌을까?
해운대, 오션뷰전망 호텔에서 혼자 맞는 아침!
#1 예쁨 욕구 충족


내 고향 부산 해운대앞바다가 펼쳐진 12층 방이다.

이곳은 아난티힐튼도 파크하얏트도 아닌 작은 비즈니스호텔인데도 불구하고 나에게 완벽하다는 탄성을 제공한다. 가성비 끝판왕이다.

물론 힐튼과 하얏트에 가면 더 신나 천장에 붙을지도 모르겠지!

그 경험은 다음에 시도해보는걸로.


#2 자유 욕구 충족


이 욕구는 KTX에 탑승해서 책을 펼친 그 순간부터 채워지기 시작. 곧바로 행복감이 몰려왔다. 집과 사무실에 읽고싶어 사놓은 책이 수십권인데 표지만 쳐다보고 있다. 이 일은 30대 인생 내내 반복되고 있다. 늘 내가 읽고싶은 책은 내가 실제로 책을 구매 후 책을 읽고 소화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고 하루에도 몇권씩 보인다. 물론 그렇게 구매한 책중에서 기대만큼 좋지 않은 책도 있지만, 그 기대감을 확인할 시간도 일상에서 충분치 않기에. 오늘처럼 내가 너무 읽고싶었던 책 3권을 곁에 두고 이 책, 저 책 읽으며 나의 지적호기심을 자유롭게 채워주는 시간이 완벽히 행복하다. 집과 사무실이 있는 서울에 올라가면 하고싶은 것보다는 할 일이 우선순위를 차지할 때가 많으니.



#3 사랑 욕구의 반대 혹은 그 연장선상의 욕구 충족


윌리엄 글래서의 <현실치료 이론>에서 말하는 인간의 5대 욕구와는 약간 상충되는 욕구인 것 같기도 한 이 '혼자 있는 시간'의 행복감 현상은 잘 생각해보면 현실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보고 돌봄받는 역할에서 오는 '사랑' 욕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혼자 쉴 수 있는 시간을 지지해주는 남편과 반려견 포의 사랑이 느껴지기에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나는 그들로부터 사랑받는 존재임을 알고 있다. 몸은 혼자이지만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 곳 부산에서도 느끼면서 나는 점점 더 완벽한 행복감에 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 욕구를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면 결국, 나의 '즐거움' 욕구와도 이어진다. 혼자서도 외롭지 않고 행복하기까지 하니 내 스스로의 욕구,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는 나랑 있는 시간이 즐겁다고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빵, 내가 예뻐라하는 카페를 찾아갈 생각만으로도 설렐 수 있고, 이렇게 완벽히 충전해서 또 내가 맡은 일에 충실할 나를 그려보면


이 정도면 됐다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결국 인간의 5대욕구를 다 충족한 셈이다.

생존(survival): 살아있으며, 아픈데도 없다.
사랑(love)과 소속감(belonging): 혼자있어도 외롭지 않다.
권력(power): 내 시간과 공간에 대한 통제감을 갖고 있다.
자유(freedom): 내가 하고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즐거움(fun): 내가 예뻐라하는 맛있어하는 좋아라하는 것을 누린다.




그토록 닿을 수 없던 완벽을 쫓아 나를 채찍질하던 나는 어느새

이 정도가 내 기준에서의 완벽이라고 내 스스로 마침표를 찍어줄 수 있는 자율성을 확보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 된 거 아닐까. 내가 스스로 나의 기준을 결정하고 만들어가는 삶.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나답게 사는 삶이 아닐까 싶다. 나는 늘 나랑 함께 있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진짜 나는 내 안에서 계속해서 숨 쉬고 있기에. 그 소리를 들어줄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를 시간과 연습이 필요한 것 아닐까.




글, 사진: Chlo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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