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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하여

feat. 이적, 당연한 것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진짜로 당연한 것일까.

내가 하는 일,

혹은 내가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일이 과연

당연히 내가 해야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가져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첫번째 단독책 초고를 썼다.


코로나19로 우리가 그토록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을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지금,

이 상실감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우린 코로나19로 '일상을 잃어버린 난민'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살 곳을 잃어버린 난민의 심정을 비유할 수 있겠냐마는, 그 정도로 큰 상실감을 겪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일년에 한번 챙겨가던 해외여행을 못가는 것
사회적거리두기2.5단계격상으로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커피마시는 취미를 못하는 것
차로 한두시간 거리라도 어디든 떠나고싶지만, 떠나고싶을 때 억제해야하며 느끼는 구속감


이외에도 늘상 해왔던 것들을 비자발적으로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자유'의 상실이 우리를 코로나블루로 이끄는 건 아닐까.




이적이 코로나19에 맞춰 위로의 곡을 발표했다. 역시 좋다. 감동적이다. 그런데 가사를 곱씹다보니 우리가 이토록 서로에게 친밀감을 표현하며 살던 사람들이었나 의구심도 들었다.



거릴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 주던 것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동성간의 스킨십이 어색한 나는 아마 사회적거리두기가 끝나도 끌어안거나 손잡진 않을거라서.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우리 힘껏 웃어요
잊지는 않았잖아요
간절히 기다리잖아요
서로 믿고
함께 나누고
마주 보며
같이 노래를 하던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그저 이 상황에도 끌어안을 남편과 반려견 포가 있다는 게 새삼 감사했다.


가족끼리도 끌어안지 못한다면
연인끼리도 키스하지 못한다면
그 삶은 정말 최악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상심하는 것을 넘어서

지금도 갖고 있는 것들에 한번더 주의를 기울여보는 우리가된다면

우린 또 이 코로나블루에 대처할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이 참에 키워볼 수 있지 않을까.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습관을 뇌의 디폴트회로로 만들려면 1년이 걸리는데

어느새 이 코로나19라는 낯설었던 상황도 우리의 뇌 속 디폴트회로가 형성될법한 시간이 흘렀다.


이렇게 '당연한 것들'은 고정값이 아니며,

늘 당연한 건 없다는 걸 알아가게 되는 요즘.


1인가구, 혼자가 당연하게 느껴지던 사회적분위기의 코로나19 이전과

서로를 그리워한다는 코로나19이후의 공익광고의 분위기가 반가우면서도 좀 낯설다.



글: Chloe Lee

사진: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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