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 독일에서 추석을 보내며
철새들은 달을 나침반 삼아서 고향을 찾는다.
연어는 냄새로 강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고
귀뚜라미들은 소리로 자신의 집을 표현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명절을 나침만 삼아 고향으로 돌아간다.
귀향에는 언제나 고향을 지키고 계신 부모님, 유년시절의 추억들이 자리한다. 그 풍요로운 흔적들을 누리지 못한지가 벌써 3년을 훌쩍 넘겨 4년을 향해간다.
“고향 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추석 아침 남편의 흥얼거림을 들으며(그는 올해 유난히 더 집생각이 나는 듯 했다.) 독일과 한국의 거리를 계산해봤다. 아득하기만한 머나먼 거리였다. 물리적거리와 그리움은 반비례 곡선을 탄다. 가까운 한국에 살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그리움을 독일에 와서야 특히 매년 명절이 되면 뼈저리게 느낀다.
이상하게 명절이 다가오면 엄마가 힘들다 힘들다하시면서도 매번 만드시던 전 생각이 났다. 온 집안을 기름기로 가득차게 매우던 그 냄새가 미치도록 간절해지는 것이다.
향수병의 향(鄕)은 ‘시골 향’으로 태어난 곳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동음이의어로서 향기 향(香)도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향 냄새가 지독히 그리워, 어떤 이들은 재료 구하기도 힘든 독일에서 각종 명절 음식을 만들어내는 신공을 발휘한다.
올해는 만사가 귀찮아 별다른 음식도 하지 않고 평소처럼 덤덤하게 보내려했는데 시어머니께서 왈칵 쏟아내신 눈물에 마음 한 켠이 무겁다. 온 가족이 즐거워야 할 명절이 어쩌다 매번 슬픈 날이 되었나 싶어서 죄송했다. 날좋고 풍요로워 더도말고 한가위 같아라고 했지만.. 오히려 설명하기 힘든 적적함에 빨리 이 날이 지나가기를 바라며 적요했다.
이제는 좀 맷집이 잡혔을 법도 한데..올해도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마음이 붉게 타버릴지도 모를 그런 날로 마무리가 됐다.
그리움이란 태생적으로 적응을 모르는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