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로 출발하기 전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라오스로 향하던 무라카미 하루키는 경유지인 하노이에서 베트남 사람을 만나게 된다. 작가에게 베트남 사람이 던진 질문이 바로 “그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다. 책을 읽었을 때는 피식 웃고 말았는데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도착하자마자 알 수 있었다.
보통 여행의 첫 날이 그렇듯 아침부터 진짜 열심히 다니고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계는 겨우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기여서 날씨는 후텁지근했고, 목은 갈증으로 타들어갔으며, 이런 우리를 놀리기라도 하듯 햇빛은 야속하리만치 쨍쨍했다. 비엔티안은 한 국가의 수도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작고, 조용했다. 이 나라는 사람들의 발걸음마저 소음 제한을 두기라도 한 듯 음소거 그 자체였다. 길을 좀 헤맨 것 외에는 어떤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다.
비엔티안의 번화가라고 했지만 사람 한 명 지나가지 않았다.
우리가 지나갈 때 마다 수작 섞인 농담을 건네던 터키, 나라 전체가 하나의 신화였던 그리스, 맛집과 볼거리가 많았던 일본과 달리 사람도, 구경거리도 그 무엇도 우리에게 흥미를 주지 못했다. 너무 할일이 없어서 하릴없이 조마 베이커리에 앉아 라오 아이스커피를 두 잔이나 연거푸 마셨다. 처음엔 진한 맛에 두 번째는 뒤에 찾아오는 단맛에 반하게 되는 라오스식 아이스커피야말로 인상적인 사건(?)이라면 사건일 것이다.
끊임없이 라오스가 지루한 이유를 찾았다. 이날 우리의 대화 주제는 하나였다.
“왜 라오스는 재미가 없을까?”
날씨가 더워서, 볼 게 없어서, 재밌는 사람을 못 만나서, 쌀국수 외에 딱히 맛난 게 없어서.. 하지만 그 무엇도 명쾌하게 대답해 주지 못했다. 비엔티안에 있는 내내 라오스의 시계는 느리고 느려.. 흐느적거리기 직전이었다. 마치 흘러내리는 살바도르 달리의 시계처럼 말이다. 너무 더뎌서 속 터지는 세계 최고의 느림 시계에 갇혀버린 것만 같았다.
라오스의 진짜 매력은 할 일 없음이었다. 안타깝게도 그 당시엔 미처 알지 못했다. 응당 여행을 갔다면 한 번도 보지 못한 비경, 멋진 사람과의 만남, 난생 처음 먹어보는 화려한 맛 등을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편협한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찾지 못했다. 여전히 나는 여행의 하수였던 것이다. 만약 조금 일찍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할 일 없음의 정수를 보여주는 비엔티안을 좀 더 많이 느낄 수 있었을까?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라고 묻는 다면 나 역시
“그곳엔 아무것도 없어요.”
라고 말할 것이다. 아무것도 없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각자 자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