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by 여행생활자KAI

라오스로 출발하기 전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라오스로 향하던 무라카미 하루키는 경유지인 하노이에서 베트남 사람을 만나게 된다. 작가에게 베트남 사람이 던진 질문이 바로 “그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다. 책을 읽었을 때는 피식 웃고 말았는데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도착하자마자 알 수 있었다.



보통 여행의 첫 날이 그렇듯 아침부터 진짜 열심히 다니고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계는 겨우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기여서 날씨는 후텁지근했고, 목은 갈증으로 타들어갔으며, 이런 우리를 놀리기라도 하듯 햇빛은 야속하리만치 쨍쨍했다. 비엔티안은 한 국가의 수도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작고, 조용했다. 이 나라는 사람들의 발걸음마저 소음 제한을 두기라도 한 듯 음소거 그 자체였다. 길을 좀 헤맨 것 외에는 어떤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다.


비엔티안의 번화가라고 했지만 사람 한 명 지나가지 않았다.

우리가 지나갈 때 마다 수작 섞인 농담을 건네던 터키, 나라 전체가 하나의 신화였던 그리스, 맛집과 볼거리가 많았던 일본과 달리 사람도, 구경거리도 그 무엇도 우리에게 흥미를 주지 못했다. 너무 할일이 없어서 하릴없이 조마 베이커리에 앉아 라오 아이스커피를 두 잔이나 연거푸 마셨다. 처음엔 진한 맛에 두 번째는 뒤에 찾아오는 단맛에 반하게 되는 라오스식 아이스커피야말로 인상적인 사건(?)이라면 사건일 것이다.

끊임없이 라오스가 지루한 이유를 찾았다. 이날 우리의 대화 주제는 하나였다.


조마케이커리.JPG 라오스 번화가, 조마 베이커리


조마 아이스커피.JPG
“왜 라오스는 재미가 없을까?”


날씨가 더워서, 볼 게 없어서, 재밌는 사람을 못 만나서, 쌀국수 외에 딱히 맛난 게 없어서.. 하지만 그 무엇도 명쾌하게 대답해 주지 못했다. 비엔티안에 있는 내내 라오스의 시계는 느리고 느려.. 흐느적거리기 직전이었다. 마치 흘러내리는 살바도르 달리의 시계처럼 말이다. 너무 더뎌서 속 터지는 세계 최고의 느림 시계에 갇혀버린 것만 같았다.


라오스의 진짜 매력은 할 일 없음이었다. 안타깝게도 그 당시엔 미처 알지 못했다. 응당 여행을 갔다면 한 번도 보지 못한 비경, 멋진 사람과의 만남, 난생 처음 먹어보는 화려한 맛 등을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편협한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찾지 못했다. 여전히 나는 여행의 하수였던 것이다. 만약 조금 일찍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할 일 없음의 정수를 보여주는 비엔티안을 좀 더 많이 느낄 수 있었을까?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라고 묻는 다면 나 역시


“그곳엔 아무것도 없어요.”


라고 말할 것이다. 아무것도 없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각자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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