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세상에서 가장 가치 동사, “함께하다”

코페 비지터 센터

by 여행생활자KAI

라오스 하면 순수, 마사지, 쌀국수, 야시장, 탁발 행렬 등의 단어를 떠올리게 되는데, ‘전쟁’으로 이 나라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비엔티안 시내 중심부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코페 비지터 센터’. 이곳은 전쟁의 폭격 및 전쟁 후에 발생한 지뢰 등으로 장애를 입은 사람들을 위한 지원센터다.


1960년대 후반 베트남 전쟁 당시 라오스 북부 산악지대는 베트남군의 전쟁 물자 이동 경로로 사용됐다. 이에 미군은 이른바 ‘호치민 통로’라고 불리던 수송로를 차단하기 위해 이 지역에 엄청난 양의 공중폭격을 감행했다.

소스라치게 놀라운 사실은 라오스가 단위 면적 당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폭탄 세례를 받았다는 점이다. 전쟁이 끝난 뒤 라오스 사람들은 밭을 갈다, 우연히 지나가다, 파묻힌 폭탄으로 인해 죽거나 장애를 입고 살아가고 있다. 피해자에는 어른, 노인, 아이, 구분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격 피해자들을 위한 미국의 별다른 지원은 없었는데, 불행 중 다행인건 오바마 대통령 재임시절 불발탄 제거를 위해 9천만 달러를 내놓겠다고 약속한 점이다. 그 이후론 어떻게 대책이 이어졌는지 잘 모르겠다.





무자비한 폭격을 형성화한 작품



코페에 전시된 여러 의족과 우수수 떨어지는 폭탄을 형상화한 조형물들은 단지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던 라오스의 상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저 운이 없어서 지뢰를 잘못 밟아 평생을 의족에 의지해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비애는 과연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매스컴으로 인해 청춘의 나라, 여행자의 나라로만 인식되어 있는 라오스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주는 코페 센터. 전쟁의 상처를 다 지우기엔 아직도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속절없이 쓰러진 그들이 다시 희망을 길어 올리는 데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나로선 가늠이 잡히지 않는다. 애도 외엔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내가 무력했다.

세상에서 가치 있는 일 가운데, ‘함께하다’라는 동사가 있다.


그들이 실낱같은 희망을 길어 올릴 수 있도록 함께 애도하고 함께 기억하는 것. 라오스를 찾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우리는 함께 하기에 함께 일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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