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시청률 효자 아이템 '면'

마음의 온기를 3도 올려준 시장 칼국수

by 여행생활자KAI

음식 중에서도 무조건 찍기만 하면 시청률이 잘 나오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면’이다. 호로록호로록 면발을 빨아들이는 소리 때문인지, 유난히 한국인이 면을 좋아해서인지, 정확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방송쟁이들 사이에선 면과 관련한 음식은 시청률이 잘 나오는 불문율로 인식되어 있다.


나도 면을 참 좋아한다. 밥과 면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고민 없이 ‘면’을 선택한다. 나는 면발의 쫄깃함이 좋다. 면을 후후 불며 입안에 넣었을 때 혀를 감도는 탱글탱글한 식감과 씹을수록 풍기는 그 슴슴한 맛이 면의 매력이다.


우리가 면 음식을 즐기는 데엔 일상에서 쉽게,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새벽 등반을 마치고 일출을 바라보며 먹었던 새해 첫 컵라면은 꿀맛이었으며, 꽉 막히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은 국수는 허기를 채워주는 든든한 한 끼였다. 이사 후에 먹는 자장면은 큰일을 해결했다는 안도감을 주었으며, 친구와 소주 한 잔 걸치며 포장마차에서 먹던 잔치국수는 뜨끈한 위로를 전했다. 촬영용 게임을 위해 실험을 한답시고, 후루룩 소리가 얼마나 크게 나는지 데시벨을 체크하며 험하게(?) 먹었던 남대문 시장 국수는 지금 생각해도 코미디다.


‘면’하면 떠오르는 에피소드는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 같은데, 이번 라오스 여행을 하면서 추억이 하나 더 추가됐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동남아 국수는 베트남 쌀국수인데, 라오스 쌀국수는 베트남과 달랐다. 좀 더 한국의 칼국수 맛에 가까웠다. 국물은 베트남 쌀국수보다 뭉근했고, 면발은 칼국수 정도의 굵기다. 깔끔함, 격식과는 전혀 거리가 먼 야시장 길바닥에 대충 앉아서 먹는 쌀국수는 세상 그 어떤 음식보다 꿀맛이었다. 점성이 있는 국물인데 묘하게 깔끔했고 널찍하고 얇은 면인데 시간이 지나도 퍼지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이처럼 주변의 온도를 올려 주는 음식들이 있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군고구마 냄새,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왔을 때 어머니가 만들고 계신 김치찌개, 이른 아침 1층 빵집에서 풍겨오는 빵 굽는 냄새.. 이런 것들은 주변 온도를 한 3도 정도는 올려주는 것 같다. 라오스 시장 한 모퉁이에서 먹은 쌀국수도 그랬다.


우기로 인한 각종 사고와 미나의 아픔으로 인한 걱정, 과연 한국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불안으로 가득했던 내 마음의 온도를 한 3도 정도 올려주었다. 쌀국수 한 그릇을 다 먹은 순간 든든한 포만감이 슬며시 퍼지면서 말했다.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이렇게 맛있는 쌀국수를 먹었으니 내일부턴 다 잘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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