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가장 드라마틱한 감정을 선물한 여름의 라오스

by 여행생활자KAI

드디어 비가 그쳤다. 하지만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집중호우로 인해 모든 길들이 막혀버렸다. 할 일이라곤 물놀이 밖에 없는 방비엥 이건만, 불어 날대로 불어난 강물에서 수영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고립”이었다. 블루라군과 함께 방비엥의 명소임을 자처하는 탐짱 동굴을 가 볼까 했지만, 이미 강이 되어버린 길을 건널 수 없어서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 그렇게 또 하루가 스멀스멀 지나가고 있었다.

비가 갠 뒤 새하얀 햇볕이 광선처럼 내리쬐는 길고 뜨거운 오후의 권태,

집채만 한 흰 구름을 보며 아련해진 어떤 그리움,

낮잠을 자다 깨어난 어스름 저녁의 오슬오슬한 한기,

까만 밤과 함께 다시금 내리는 비,

어둑한 습기 속에서 느껴지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본능적인 슬픔,

축축한 실내 공기와 달리 마음은 결핍되어 바싹바싹 찢길 듯 건조하게 말라갔다.


그날, 여름과 가을 길목 어느 지점에 있던 라오스는 내게 가장 드라마틱한 감정을 선물했다. 밤중에 다시 내린 비로 노심초사했던 마음은 다음날 새벽 즈음 비가 잦아들며 조금씩 평화를 찾아갔다. 떠오르는 해를 마주하며 다가올 청명함을 떠올려 보기로 했다.


unsplash 방비엥 풍경.jpg

싱그러운 녹음이 주는 풋풋함.

더 맑아지고 더 푸르러질 하늘

뜨거운 태양의 당당함.

청량음료가 주는 알싸한 시원함.

열악한 날씨 앞에 갈팡질팡하는 나를 다독이며

내가 가는 길에 믿음을 쌓아 보려는 스스로의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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