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갈라진 길이 이어질 때마다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by 여행생활자KAI

‘재난’ 은 뜻하지 않게 생긴 불행한 변고나 천재지변으로 말미암아 생긴 불행한 사고를 뜻한다. 즉 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도 될 것이다.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길은 가히 재난 수준이었다. 연일 내린 폭우로 도로 상황은 최악이었다. 원래도 이 길이 정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우리가 직면한 상황은 심각했다.

도로는 갈기갈기 갈라졌고 산사태로 인해 흙과 바위가 무너져 내려 사방이 초토화되었다. 중간 중간 끊어진 길로 인해 차는 운행과 정지를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일행들은 다 함께 돌을 놓기도 하고 고지대에 올라가지 못하는 차를 이영차 밀기도 했다. 무사히 고비를 넘길 때마다 다 함께 기뻐하며 환호와 손뼉을 쳤다.

갈라진 도로가 이어질 때마다 각자의 자리에 놓여있던 마음들이 하나로 모아졌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만들어냈다.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한 버스를 탔다는 공통점 외에는, 국가도 인종도 연령대도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위기를 극복해냈다. 이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뜨거운 감동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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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1인 가구, 혼밥과 혼술, 혼자 있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이지만 결국 우리는 함께하는 기쁨을 아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고독을 즐기지만 고립을 택하지는 않는다. 물리적으론 혼자 놀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실로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 나 홀로 여행자들조차 무선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여행 사진을 소셜 네트워크에 올리고 지인들과 소통한다.


시인 정현종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알 듯 모를 듯 한 시를 썼고,
본 조비는 ‘사람은 섬이 아니다’라고 노래했다.


아름다운 개인주의자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사람을 섬에 비유하는 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대륙 판게아는 이미 갈라졌고, 섬은 고유의 생태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이 수많은 섬 사이엔 끊어지지 않는 다리가 놓여 있다.

당신과 나 사이를 이어주는 굳건한 다리로 인해 우리는 살아간다.

더러 세상이 힘들고 외로울지라도, 외로운 섬에 나 홀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언제든 마음으로 연결되는 당신이 있기에..

두 선이 기대어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사람인(人)” 처럼, 우리는 타고나기를 함께할 때 더 빛나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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