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주머니 속 욕심을 내려놓는 시간, 라오스 탁발

by 여행생활자KAI

탁발은 수행자에게는 무소유 정신을, 재가자에게는 자비행을 실천하는 수행이다. 수행자는 끼니의 의탁을 통해 고행과 감사함을 배우고, 대중은 공덕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우리는 루앙프라방에서 공덕을 쌓는 아름다움을 향유해보기로 했다. 늦게 일어나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두 사람은 허겁지겁 새벽에 일어나 전날 싸둔 음식을 들고 거리로 나갔다. 경건한 주홍빛 승복 물결이 천천히 거리를 가르며 푸르스름한 아침을 깨웠다. 많은 이들이 그 대열에 앉아 가장 낮은 자세로 공양을 올린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음식을 준비하고, 집 밖으로 나와야 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마음, 스님들을 진심을 다해 존경하는 마음, 가진 것이 없어도 나누고 싶은 마음, 그러한 재가자들의 마음을 감사하게 받는 스님들의 마음은 낯선 여행자에게 숭고함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서 자비심이 한걸음 더 나아간 장면은 탁발을 받은 스님들이 다시 밥을 나누어 주실 때였다. 스님들의 탁발 행렬 가운데 드문드문 빈 종이상자를 들고 나온 아이들이 있다. 스님들은 배가 고픈 아이들에게 받은 음식을 다시 나눠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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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선순환’이야말로 라오스가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인 이유였다. 탁발은 마치 착한 마음이 모이고 모인 어떤 선함의 집합체 같았다. 스님들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평온했고, 공양을 올리는 할머니의 눈빛엔 베풂을 통해 얻은 살아갈 힘이 맺혀져 있었으며,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엔 미래를 향한 희망이 깃들어 있었다.


물질 만능주의 시대에도 굳건히 존재하는 라오스의 탁발 행렬은 진정한 무소유의 가치에 대해 떠올려보게 했다. 아주 작은 것도 나누려 하는 마음이 라오스를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작은 쌀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나눠 먹는 마음, 나보다 더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헤아리는 마음이 욕심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을 숙연케 했다.


나는 늘 채우려고만 하며 살아왔다. 꿈을 채우려고, 욕심을 채우려고, 굶주림을 채우려고, 옷장을 채우려고, 통장을 채우려고.. 그러면서 단 한 번도 비움을 고려해보지는 않았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 폐기되는 도시에 사는 나는 많은 것을 사고 많은 것을 버렸다. ‘주머니 속 욕심’ 이란 짐을 내려두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넉넉하면 넉넉한 대로 그렇게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그토록 원하던 자유로움에 조금은 더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조용히 두 손을 마주한 스님들의 온화한 표정은 이 또한 욕심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자유를 갈구하는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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