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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생활자KAI Oct 26. 2019

독일 교육은 과연 유토피아일까?

한국 매스컴에 가려진 독일 교육의 민낯


한국 사람들이 독일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는 대부분 좋은 것이다. 선진국이라는 큰 타이틀에서부터 복지, 교육, 기술, 환경 등 수도 없이 많다. 이러한 이미지 형성에는 물론 독일이라는 나라가 선진국이라는 명제가 기본이 되었겠지만 언론, 매스컴의 영향도 크며, 나도 미약하게나마 아주 아주 조금은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어떤 다큐멘터리를 만든다고 했을 때, 사회적 문제점을 언급한 뒤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롤 모델이 필요하고 독일만큼 적확한 국가가 없었다. 예전에 “마이스터고” 관련한 다큐멘터리에 참여한 적이 있다. 교육부에서 마이스터고를 활성화한다고 치자. 어떤 정책을 실시할 때 국민에게 홍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따금씩 방송국에 프로그램 제안 의뢰가 들어온다. 우리는 마이스터고가 어떤 것인지 왜 필요한지, 실제 도입한 국가의 사례는 어떠한지를 방송을 통해 보여주어야 한다. 마이스터고는 응당 독일의 마이스터, 기술 장인으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에 독일은 기본 옵션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보통 교육 다큐멘터리는 해외 촬영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지는데 꼭 가는 나라가 독일, 핀란드(비용 절감을 위해 한 번 유럽을 갔을 때 쭉 도는 동선을 잡는다.), 아시아를 넣는다면 일본이다. 선진국 사례에서 빠지지 않는 삼총사라고 할까.


다큐멘터리에서는 왜 이 정책이 필요한지를 보여주어야 하며, 독일은 좋은 예로 나오기 때문에 단점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나 역시 늘 독일 교육은 잘 설계된 것이라는데 의심하지 않았으며, 독일에 온 한인 가운데 상당수가 아이의 교육을 이유로 이민을 결정했다고 했다.  


실제 살아본 독일의 교육은 물론 장점도 많지만, 장밋빛만 가득하다고도 볼 수 없었다.

우선 독일의 교육 정규 과정을 간략히 보면 다음과 같다.

독일 학교 시스템
 1. Grundschule (초등학교)


독일은 보통 만 6세에 Grundschule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는데, 주마다 법이 달라서 교육 제도 또한 조금씩 다르다. 보통은 만 6세~만 10세까지가 초등학교 교육이지만, 베를린은 한국처럼 6년 과정이다.


여기서 중학교 과정이 없고 중·고등학교 통합과정으로 올라가는데.. 대부분 담임교사의 평가 결과에 따라 진로가 결정된다. 만 10세에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다는 것이 너무 이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 때문에 게잠트 슐레라는 것이 새롭게 도입되긴 했다.


이후 아이들은 만 10세부터 만 18세까지 학교를 다니며,

크게 Hauptschule, Realschule, Gymnasium, Gesamtschule로 나뉜다.


 2. Hauptschule (직업학교)

한국으로 치면 실업계라고 할 수 있는 Realschule(실업학교), Hauptschule (직업학교)를 먼저 보면  Hauptschule (직업학교)는 앞서 언급한 마이스터고 개념이다. 제빵사, 정비사 등 기술 직종을 공부하고, 마이스터 (Meister)가 된다.


3. Realschule(실업학교)

Realschule(실업학교)는 6년 제로 역시 기술을 가르치긴 하지만 일반고처럼 사회, 경제, 자연과학 등도 함께 공부한다. 대신 기술의 비중이 더 높다. 졸업 이후 Berufsfachschule(직업 전문학교)로 진학해서 이론과 실습이 동시에 필요한 (ex. 심리치료사, 요양보호사, 치기공사 등) 직업군을 가지거나, 공부를 원할 경우 김나지움으로 가서 아비투어 시험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김나지움으로 옮긴다는 게 쉽지는 않다.


4.  Gymnasium(일반고)

한국에 가장 많이 알려진 Gymnasium(일반고)는 Abitur(수능)를 준비하는 학교다. 대부분의 한국인 자녀를 둔 학부모는 자녀가 김나지움에 가기를 원한다.



5. Gesamtschule(인문 실업 종합학교)

Gesamtschule( 인문 실업 종합학교)는  Gesamt라는 의미대로 위 세 학교를 다 합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대학을 갈 수도 있고 기술직을 선택할 수도 있다.  9학년이 될 때까지 진로를 미룰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방향을 못 정한 학생들이 선택한다. 종합학교 교육과정은 진로 탐색과정(5학년부터 7학년까지), 진로 선택 과정(8학년), 졸업 과정(9,10학년)으로 나누어진다.


독일이 한국과 확실히 다른 점은
 조기교육이 치열하지 않다는 점이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까지 무조건 논다. 인간의 두뇌 발달 과정을 보면 만 7세가 되어야 언어, 수학 등을 습득할 수 있는 요건이 길러진다고 한다. 그 전에는 우뇌가 발달할 수 있는 창의력 길러주기, 같이 놀면서 습득할 수 있는 규칙, 예절 등을 가르치는 게 효율적이라는.. 이미 나온 많은 이론들에 부합하는 교육이다. 요즘은 아이들이 더 바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잘 볼 수가 없는데 공원으로 놀이터로 나와서 늘 노는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었다.


수학 공식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무조건적인 교육 입력이 이뤄지지 않는다. 수학 공식을 바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일종의 원리를 습득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결과를 도출해내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배운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하고 결과가 빨리 도출되어야 하는 우리 정서에 비추어 보았을 때 생경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교육 방식이고, 한국에서 온 많은 아이들이 혼란을 겪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카데미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보통 진학하는 김나지움은 치열하게 공부를 한다. 수업에 토론이 많고 시험 역시 단답형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써내는 에세이가 주를 이룬다. 시험을 보러 가는데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는 아이도 봤다. 시험 시간이 너무 길어서 중간에 밥을 먹는다고 한다.  


최근 떠오르는 문제..


최근 떠오르고 있는 독일 학교의 문제는 물론 모든 학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굉장히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문제지만) 난민 문제가 있다. 보통 외국인 및 난민 아이들이 독일에 오면 독일어 및 독일 문화를 배우는 과정을 2년 정도 거친 후 자신에게 맞는 학년으로 배정된다. 물론 훌륭한 아이들도 많지만 모든 아이들이 이 기간 내에 독일어를 완벽히 습득하는 것은 아니며 독일 사회에 완전히 적응되는 것도 아니다. 간혹 수업이 난장판이 되는 일도 부지기수며, 난민 아이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해서 힘들어하는 한국인 아이도 있었다.

꼭 난민이 아니더라도 유럽국가에서 받는 인종 차별은 어른들만큼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는 어려움이도 하다.


게다가 워낙 한꺼번에
난민을 받아들였다 보니
학교가 부족하고 교사 수도 부족하다.


독일 역시 정규직 외 비정규직 교사도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국제학교에 아이를 보내기도 한다. 결국 교육 양극화가 발생하는 셈이다. 꼭 교육뿐만 아니라 난민 문제는 독일 사회의 양날의 칼과도 같은 사회, 정치적 이슈이긴 하다.



독일은 사교육이 없을까?


독일은 사교육이 없다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연히 존재한다. 독일 역시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김나지움에 보내고 싶어 하며 이를 위해 사교육도 시키고 다양한 투자를 한다. 김나지움은 들어가기도 어렵고 졸업은 더 어렵다. (졸업의 어려움은 대학으로 까지 이어진다. 한국에서는 입학이 어렵지만 독일은 졸업이 더 어렵다. 졸업을 못해서 대학을 옮기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가 김나지움에 갈 실력이 되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간 분도 봤다. 치열한 한국 교육이 싫어서 왔지만, 대부분의 한국 부모들은 아이가 김나지움에 가고 대학에 가길 바라기 때문에.. 아이가 따라가 주지 못하면 부모는 또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독일어 역시 한국에서 온 아이들이 부딪히는 벽 중 하나다. 어른인 나도, 본인이 원해서 유학을 온 20대 학생들도 힘든 것이 독일어고 독일 생활이다. 어른보다는 아이들이 금방 습득을 한다고 해도 언어 스트레스는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 아이를 기다려주는 유연함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결국엔 유학을 오기 전 아이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고, 성향 역시 자기 주도적으로 사고하고, 토론 및 결과 도출 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독일식 교육에 부합하느냐도 따져볼 부분이다. 오히려 한국식 교육이 맞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독일 교육이 유토피아는 아니다. 단 좀 더 나을 뿐이다. 앞서 언급한 이야기들 외에도 독일 역시 입시 비리도 있고, (실제로 라이프치히 한 전문대학 교수가 여러 중국인들에게 돈을 받고 입학허가를 해줘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학부모 모임에서 미묘한 학부모 간의 경쟁도 있으며, 부자들은 고급 교육을 시키고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예를 들어 남편의 한 친구는 은근 자신이 귀족 학교 출신임을 매번 자랑했으며, 지인 중 한 사람은 어떤 파티에 갔는데 한 독일 중년 남자분이 아이는 당연히 사립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이야기해서 좀 놀랐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과 다른 점은 일괄되게 그것도 엄청나게 교육열이 높지 않다는 것, 수능 잘 봐서 명문 대학을 가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내가 공부를 하고자 한다면 박사과정까지도 돈 걱정 없이 할 수 있다는 점,

반대로 공부를 못해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으면 즐겁게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가끔 독일 사람들에게 나는 고등학교 때 학교에 10시간 넘게 있었다고 이야기하면 다들 놀란다.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한국이 교육열이 높은 것은 안다.


“왜 그렇게 공부를 하는데?”

“왜 그렇게 공부를 시키는데?”


이것은 "왜 그렇게 일을 많이 하느냐"와 마찬가지로 정답이 어려운 질문이었다.

한국은 자원이 많이 없고, 60년대 전쟁 이후 굉장히 가난했기 때문에 교육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했고 덕분에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뻔한 이야기를 마치 변명처럼 말하곤 했다.



교육은 그 나라의 환경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한국과 독일을 나란히 놓고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같은 이유로 무조건 독일이 좋을 것이라는 편견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부 잘해서 SKY 대학을 가고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것이 이상적인 삶이고 행복이라고 인식하는 사회가 과연 발전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은 든다. 개개인이 가진 차이와 성향을 인정해 주고 행여나 한 명이 느리더라도 기다려주고 같이 가는 것, 다양한 꿈을 키울 수 있는 꿈의 공작소와 같은 공교육을 기대하는 건 우리 모두의 똑같은 바람일 거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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