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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생활자KAI Feb 02. 2020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종차별로 번질 줄은 몰랐다.

외국에 살다 보면 가끔 한국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혹은 상상해보지도 못한 상황들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랬다. 하루에도 수 만 명이 이동하는 글로벌 시대에 바이러스의 확산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종차별로 번질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독일에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했다. 바이에른주에 있는 자동차 관련 회사이고, 중국지사에서 출장 온 직원과의 접촉이 원인이었다. 처음엔 한 남성이 감염되었지만 결국 같은 회사 동료들이 줄지어 감염됐고 최근에는 감염된 직원의 아이마저 감염되어 총 8명이 발생됐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는 종일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보도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독지역은 바이에른과 꽤 거리가 있어서인지 조용한 분위기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한 번도 못 봤다.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서 평소에도 마스크를 쓰는 게 어색하지 않은 한국과 달리 독일의 경우 진짜 심각하게 아프거나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있는 사람만이 마스크를 쓰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쓸 정도면 아예 밖에 돌아다니지를 않아야 한다. 공항 등은 예외겠지만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마스크를 쓰면 더 오해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드럭스토어와 약국에 판매하는 손세정제는 거의 매진이었고 찾기가 힘들었다. 이렇게 텅텅 비어 있는 모습은 처음이다.


손세정제 칸만 눈에 띄게 비어 있다.

손세정제 역시 일반 드럭 스토어 세정제는 박테리아만 차단하는 정도의 기능만 있는 것이 많다. 꼭 바이러스가 차단되는 세정제를 구입하는 것이 요령이라고 한다.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심리적 공포감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남의 나라에 사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임을 또 한 번 느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견된 바이에른 주 인근 지역에서는 심심치 않게 아시아인을 차별하는 사례들이 들려온다. 독일 카페나 유학생 커뮤니티에서 종종 글들이 올라왔다. 아무래도 서양인들에게 한·중·일 사람들은 거의 다 비슷하게 보이다 보니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동양인을 조우하면 눈에 띄게 의도적으로 피한다거나, 욕을 하며 지나가는 등 무례한 일들이 있었다는 것.


같은 한국인으로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몹시 언짢은 것이 사실이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법도 없다. 만약 내가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정말 일부의 독일인이 두렵거나 흥분한 나머지 타인에게 해서는 안될 몰지각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와는 또 다른 상처를 남겼음은 분명하다.


공포가 무서운 건 바로 이런 비이성적인 행동들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두려움을 다른 사람에 대한 힐난으로 무마하려는 사람들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이(쉽진 않겠지만), 대처라면 대처일 것이다. 또한 다른 측면에서 공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개발된 수많은 바이러스 백신 역시 공포를 막으려는 모두의 염원이 이뤄낸 성과 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다니는 어학원에도 중국인 친구가 있다. 게다가 올 초에 중국에 사시는 어머니가 오셨다. 글쎄.. 우리 모두가 외국인이어서 그런지 그 친구를 기피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우한에 친구나 친척은 없는지 걱정해주는 분위기였다. 이 또한 공포를 함께 이겨내기 위한 마음들이라고 생각한다. 

뉴스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유언비어들이 난무한다.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 역시 불안하고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평정심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너무 흔한 말이어서 디자인 문구가 되어 버린,


Keep Calm and Carry On
(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


이 문구가 절실한 요즘이다. 아시아인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일부 유약하고 몰지각한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도 이 말을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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