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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생활자KAI Feb 28. 2020

독일 언론은 코로나19를 어떻게 보도할까?

독일도 코로나19 확산

                                                                                                                                                                                                                                                                                                                                                                                                                                                                                                                         

한국 대비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독일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저께 보건복지부 장관이 독일도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초기 상황에 있다고 발표했다.



바이에른주를 시작으로 최근 들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와 라인란트팔츠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30명을 넘겼다. 특히 이탈리아 여행 후 확진을 받거나 세미나에 참석한 이탈리아 동료에 의해 감염되는 등 이탈리아와 관련된 사안이 많았고..


확진자 가운데 베를린의 최대 수영장인 트로피컬 아일랜드를 다녀온 사람이 있어서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검사 및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다행히 이곳이 여름만큼 기온이 높고 습기로 인해 방문객 감염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발표했다. 하지만 직접 대면한 직원들도 있어서 검사에 들어간 건데, 금요일에 검사를 했으나 다음 주 월요일에나 결과가 나온단다; 정말 느리다.

그럼에도 한국이었으면 분명 폐쇄했을 것 같은데 아직 영업을 한다.


마스크 사용도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는다. 침방울이 눈으로도 튈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인데.. 한국과 대조적이다. 무조건 손 씻기를 강조하고 있다. 포옹, 악수 등도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이번에 명성교회 부목사와 같은 엘리베이터에 탄 것만으로도 감염된 공무원 사례(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음)를 보면.. 마스크가 효과가 없지는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독일에서는 개인적으로 위생 관리를 더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진자가 나온 지역은 마스크가 동이 났고 손세정제도 찾기가 힘들다. 아마존에서는 천정부지로 마스크 값이 올라갔다. 그렇다고 딱히 정부가 가격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워낙 지방 분립이 강한 나라여서 만약 바이러스가 급격하게 확산될 시 중앙정부에서 얼마나 통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개인적으로 의료 부분 대처는 한국이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모든 게 느린 이 나라는 검사 시스템 자체가 한국 대비 느리다. 우스갯소리도 병원 예약 기다리다가 바이러스가 퍼질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드라이스 스루 선별 진료소 같은 건 생각도 못 할 것 같고.. 사생활 보호에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cctv나 카드 결제 내역서로 동선을 체크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cctv 한국만큼 많지도 않고 블랙박스는 아예 허용을 하지 않는다. 오롯이 감염자 진술에 의지한다는 것이 100%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


하지만 언론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다르다.


요즘 한국 보도를 보면 화가 나고 어처구니없는 말들이 쏟아짐을 느낀다.

나는 방송계에 10년 넘게 종사했고 KBS보도국 작가로도 한 3~4년 일했다. (TV조선도 개국 때 일을 해봤으나 3주만에 그만뒀다. 도저히 그들의 논리를 수긍할 수 없었다.) 늘 그랬듯 그때나 지금이나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예방법이나 질환에 대한 전문가 의견보다는 비판이나 현상에만 집중한다.


물론 언론의 역할 중에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 비판이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될 때.. 언론은 파수꾼 역할을 상실한다고 생각한다. 뉴스는 계속해서 확진자 발생 소식과 마스크 대란, 불안한 시민 인터뷰.. 무능한 정부를 탓한다. 과연 언론은 유능한가? 묻고 싶다. 오히려 이런 보도가 불안을 더 가중시킨다. 여기에 정치인들의 말실수가 탑 기사화된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정치적으로 엮어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지만 골몰하는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은 가증스럽다.


또 한가지 이해가 안가는 것은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청도 대남병원처럼 사건이 발생한 병원 앞에 가서 리포트를 하는 점이다. 현장감이 그 이유인데 아무 쓸모가 없다. 기자가 병원 앞에 가서 리포트를 한다고 해서 무엇을 전달할 수 있을까? 굳이 병원 앞에 안 가도 확진자가 몇 명 나왔다는 말은 할 수 있다. 병원은 그냥 기자의 배경화면이다. 그 앞에 서서 말만 한다. 오히려 근처를 오가는 기자가 전염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만약 언론사 기자가 감염된다면 해당 언론사는 이 사실을 밝힐 수 있을까? 이 부분은 예전부터 언론에서도 지적해온 사안이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다.


얼마 전 mbc에서 어린이 집들이 휴원을 하면서 맞벌이 부부가 힘들어졌다는 리포트를 하는데 맞벌이 부부 집을 기자가 찾아갔다. 요즘 한국은 특히 아이가 있는 경우라면 외출을 삼가고 집에 있는 분위기다. 그런데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났을 기자가 촬영을 이유로 아이가 있는 집에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는 것은 역으로 민폐가 아닐까. (물론 대상자가 허락을 해서 진행이 된 것이겠지만 촬영 시도 자체가 솔직히 이해가 안 갔다. CNN은 가정집을 화상연결했다.)


전문가 인터뷰라든지 백신 개발, 감염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초반에 잠깐 나오고 요즘은 나오지도 않는다. 그냥 계속 확진자 발생, 정치권의 말싸움, 신천지 보도 일색이다.


독일의 언론 보도는?


독일의 경우는 코로나가 해당 지역에 발견되자마자 한국과 마찬가지로 현장 자료화면을 보여주긴 했다. 확진자 수와 원인, 해당 지역 등을 리포트 한다. 그런데 아마도 컷을 보면 방송사에서 촬영한 것이 아니라 자료화면을 제공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 한국이었다면 당장 그 병원앞에 가서 스탠딩 한 번 하고, 그다음에 걱정된다는 시민 인터뷰, 이미 동이 난 마스크 사태, 확진자가 다녀간 바이러스 발견 장소를 보여줄 텐데 여기서 기자는 의사를 찾아갔다.결론보다는, 카더라 보다는 앞으로의 과학적 의학적 대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정의학회 인터뷰가 첫 번째로 나왔고,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바이러스 연구소였다.

이럴 때는 전문가 말이 제일 정확하다. 전문가를 통해 바이러스에 대한 자문을 구한다.




그다음 지역 가정의학회 협회장이 스튜디오에 나왔다. (베를린 트로피컬 아일랜드 사건 역시 제일 먼저 수영장 환경과 바이러스의 영향에 대한 전문가 자문을 먼저 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설명하고..증상 및 의심 시 대처법, 연락 방법 등을 안내한다.

전쟁 난 것 마냥 공포를 조장하는 bgm도 없었고 자극적인 자막도 없었다.

차분하게 정보를 전달하는데 충실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https://www.lr-online.de/nachrichten/brandenburg/fragen-und-antworten-was-ueber-den-corona-fall-im-tropical-islands-bekannt-ist-44107103.html



이 기사의 경우 질문과 답을 통해 상세히 설명을 해 놓았다.

심지어 중국발 택배는 위험이 없는지에 대한 답도 있다. 기간이 길고 기온차 등에 의해 바이러스가 생존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고 한다. 1%의 가능성은 있는 셈이다.


https://www.tagesschau.de/wirtschaft/arbeitsrecht-corona-101.html 

                                                                                                                                                                                                                                                                                                                                                         이 기사에서는 코로나와 노동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독일에서도 가짜 뉴스가 존재한다. (남편 연구 주제이기도 해서 간간이 듣긴 하는데 생각보다 꽤 가짜 뉴스가 많다.) 슈피겔이 메이드 인 차이나를 표지로 장식해서 문제가 됐듯이, 보수 적이고 곧 지구가 멸망할듯한 자극적인 멘트를 쓰기도 한다. 언론은 어떤 식으로든 색깔을 갖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파 낭비 수준의 휘갈겨 대는 기사는 적어도 공인된 언론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요즘은 조선일보나 조선비즈 기사는 보기도 싫고.. (한 예로 왜 국제법을 어기고 '우한 코로나'라고 헤드라인을 쓰는지 이해불가다.)


우리가 진짜 궁금한 것은 한국의 국격이 떨어졌니 정치인이 말실수를 했니가 아니라 바이러스의 위험성, 백신 개발 상황, 전 세계의 대처법, 몇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개개인 안전 수칙 요령, 잘못된 정보에 대한 정정, 다양한 전염 가능성 같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는데 정쟁이나 비생산적인 논쟁이 아닌, 이성적으로 현 사태를 분석하고 진단하는 기사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으로 독일 여행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 많은데 어제 발표에 의하면 독일 입국 시 한국인은 행선지를 기재해야 한다. 

아직까지 중국도 입국 거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한국 역시 입국 제한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https://www.yna.co.kr/view/AKR20200228003400082?input=1195m


독일 한국 대사관, 코로나 대처 공지(대사관 홈페이지에서 공유)


바이러스 감염 의심이  때에는 아래와 같이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바이러스 발생지 또는 위험지역에서 오는 여행객들 또는 열을 수반한 호흡 문제 같은 증상이 있는 사람들과 접촉한 경우 보건소에 방문하여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확인해야 하며 방문하기 전 꼭 보건소에 전화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어떤 증상(예:고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접촉을 했는지 또는 어떤 지역에 있다가 왔는지 그리고 열 같은 증상이 실제로 나타났는지를 정확하고 자세하게 보건소에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만 추가적인 감염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경우에 해당이 될 경우 병원에서는 신체 및 조직 검사를 실행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관할 보건소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여 거주하는 지역(우편번호 입력) 따른 담당 보건소를 찾고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https://tools.rki.de/plztool/

->이 사이트에 들어가셔서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보건소 전화번호가 나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로버트코흐연구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rki.de/DE/Content/InfAZ/N/Neuartiges_Coronavirus/nCoV.html


독일 전체 상담 핫라인 : 0800 011 77 22

독일 연방 보건부 핫라인 : 030346 465 100

베를린 코로나바이러스 핫라인 : 030 9028 2828



대사관에서 설명한 핫라인 외에 코로나 관련 독일 정부의 정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bundesgesundheitsministerium.de/coronavirus.html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나는 눈만 뜨면 증가해 있는 한국의 상황을 걱정했고, 그녀들은 되려 독일에 사는 내가 행여나 당할 인종차별을 걱정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생각하고 있었다.



코로나 확산과 함께 흑색선전, 가짜 뉴스, 온갖 유언비어들까지 난무하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세상에는 선한 사람이 훨씬 더 많으며, 그 선의 의지가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구심점이라는 데엔 여전히 의심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사. “함께하다”의 힘으로 우리는 함께 이 위기를 이겨낼 것이라고 믿어 본다.


#힘내요우리

#일상의영위가_이토록간절한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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