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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생활자KAI Mar 07. 2020

확산되고 있는 독일 코로나 vs 한국대처

이 또한 지나가리..

독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700여 명(3월 7일 기준)을 넘었다. 처음에는 엄청 놀라고 매번 뉴스를 들어가서 확인해 보다가..무더기로 확산되다 보니 숫자에 무뎌짐을 느낌과 동시에, 무력함이 온다. 불행 중 다행인것은 아직 독일에 사망자는 없다.

https://www.coronavirus.jetz



코로나와 인종차별

코로나로 인해,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인종차별이다.

얼마 전 라이프치히 아레나에서 축구 경기가 있었는데, 코로나 우려를 이유로 일본인 관람객들을 쫓아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가 되자 구단 측은 사과를 했지만, 당황스럽고 화가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공포는 이토록 비이성적인 행동을 낳는다.

 


현재 독일 대다수의 확진자는 NRW주에 집중되어 있고, 카니발 행사로 인한 지역 확산과 이탈리아 여행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원지는 중국이며 한국인이 확진자 2위이다 보니 어느새인가 "동양인=코로나"라는 이상한 프레임이 씌어버렸다.


아직까지 들리는 소문만큼은 흉흉한 일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나 역시 개인적인 여행이 취소되고 독일 내 코로나 문제가 심각해지다 보니 밖에 나가는 것도 꺼려지고 왠지 위축되는 것도 사실이다.


독일 대규모 행사 및 비행기 운항 취소


표면적으로 내가 살고 있는 도시 분위기는 평소와 다름없어 보인다. 하지만 도시 최대 행사인 라이프치히 도서박람회가 70년 만에 처음으로 취소되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감행할 것이란 보도가 있었는데 얼마 전 작센주에서도 확진자가 발생되면서 (버스로 이탈리아 단체 여행을 다녀오신 65세 렌트너 남자) 취소 소식이 전해졌다.


도서박람회뿐만 아니라 베를린 여행 박람회를 비롯해 지금 독일의 큰 행사들은 다 취소되고 있다.

많은 회사들이 한국, 중국, 이탈리아, 이란 출장 금지를 하고 있고 최근 한국을 다녀온 한국인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증명서를 내야하는 곳도 있다.


취소는 비행기도 마찬가지여서 대한항공은 프랑크푸르트 운항을 중단했고, 아시아나와 루프트한자는 노선을 축소했다. 물론 당장 한국 갈 일은 없지만 한국행 비행기의 중단 및 축소는 심리적으로 엄청난 벽을 만들었다. 감옥에 갇혀 버린 것만 같았다.


손 세정제 및 식료품 사재기

독일 정부는 손 씻기를 강조하고, 악수 및 포옹을 금지했다. 드럭스토어에서는 사재기를 막고자 1인당 3개  등의 제한 조치를 가하고 있지만 이제는 없어서 이조차도 살 수가 없다. 약국과 드럭스토어의 손 세정제는 거의 품절이다.


마스크와 세정제용품이 없다고 약국 앞에 붙여져 있다.

 


Hamsterkauf 햄스터 카우프 (Hamster: 햄스터, Kauf: 구매),

독일에서는 사재기를 햄스터 카우프라고 한다. 먹을 것을 다 먹지 않고 입안에 저장해 놓는 햄스터의 습성을 빗댄 말인데 뭔가 어감은 귀엽다. 마찬가지 의미에서 hamstern:(사재기 하다) 동사도 있다.


매일 독일 신문에서는 사재기를 우려하는 뉴스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 역시 한국과는 다른 보도 형태를 띈다. 사재기 현상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공포심을 갖지 말기를 마라며 사재기가 의미 없는 이유에 설명하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 하지만 사람들은 주로 파스타면, 밀가루, 휴지, 쌀, 통조림 식품등 유통기한이 긴 품목들을 쟁이고 있다. 오늘 처음으로 우리 동네 마트에서 쌀이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쌀이 독일인의 주식은 아닐텐데 왜 이렇게들 사는지 문득 궁금하긴했다.)


한국 식품을 판매하는 사이트에서도 공지가 내려졌다. 코로나로 인한 주문 급증으로 당분간 택배가 지연될 것이며.. 물품 확보에 문제가 없으니 앞으로 2~3달 치를 미리 주문하지 말아달라는 공문이었다.

보통 나는 한 달에 한 번 주문을 하는 편인데.. 평소와 다름없이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공지를 보고 이미 늦은 것 같아서.. 그냥 주문을 포기했다. 뭐 굶어 죽기야 하겠나 싶어서다.

한국 음식을 미리 사놓은 한국인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우리는 이곳에서 외국인이기 때문에 절박한 상황에 닥쳤을 때 자국민보다 훨씬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심리적 두려움이 크다.


또한 최첨단 의료 서비스의 한국에 있다가 온 한국인은 독일 의료 서비스가 미덥다. 많은 한인들이 코로나가 심각해지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얘기했다. 신문이나 방송, 댓글들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정부를 무능하다고 하지만, 밖에서 봤을 때 현재 대한민국만큼 잘하고 있는 나라도 없다.

앱, 인터넷을 통한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소개


신속 정확한 진단과 24시간 의료 서비스, 대구에 모인 자원봉사자들과 기부금.. 드라이브스루 등 한국의 위기 대처 능력은 독일 뉴스에서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으며 드라이브 검사법은 독일에도 도입이 된다.(독일 뿐만 아니라 이미 BBC, CNN등 많은 언론사가 한국의 대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독일의 코로나 진단 및 치료는 어떨까? 왜 "핫라인"인지 의문입니다.


모든 것이 천천히인 독일은 검사 자체도 느리고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비슷하게 감염이 의심될 시 병원에 가지 말고 일단 핫라인으로 전화를 하라고 안내한다. 핫라인의 목적은 비상시에도 운영을 한다는 것인데 근무 시간이 오후 4시 혹은 저녁 8시까지다. 칼퇴가 가장 중요한 독일인에게 핫라인의 의미를 묻고 싶다.


개인적으로 가장 황당했던 것은 베를린에서 가장 큰 수영장인 트로피컬 아일랜드에도 확진자가 다녀갔다. 이곳 일일 방문자가 4-5천명이다. 한국이었다면 바로 하루 이상 문을 닫고 소독을 했겠지만.. 계속해서 운영을 하고 있으며, 확진자의 진술에 의한 접촉자 직원 100여 명만 검사를 했다.

게다가 목요일에 보도가 나왔는데 접촉자 결과는 그다음 주 월요일 저녁에나 나왔다. 다행히 수영장은 고온•습해서 바이러스 확산율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고, 확진자 역시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렇게 했다면.. 시민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안일해도 너무 안일했다.


확진자 동선 공개보다는 사생활 보호

확진자 동선 공개 역시 마찬가지다.

사생활이 중요한 독일에서 확진자 공개는 당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지역은 물론 밝힌다. 예를 들어 관련자가 학교에서 일했다면 해당 학교가 휴교 내려지는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확한 확진자의 동선을 알 수 없다. 사생활 보호 역시 소중하지만 이런 긴급 상황에서는 답답한 부분 중 하나다.


사생활보호 때문에 CCTV도 많이 없고 블랙박스는 아예 허용이 안되며 카드 사용도 한국 대비 적다. 때문에 확진자가 나와도 주변인물 추적이 힘들다. 오롯이 개인 진술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베를린의 한 클럽의 경우 확진자가 발생하자 방문한 사람은 연락을 달라는 보도가 있었다. 얼마나 역학 조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한국 뉴스에서 확진자 동선지역에 가면 경고음이 울리는 어플을 보고 너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바이러스 방역은 좀 예민하고 과한것이 안일함 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마스크는 코로나 예방에 도움이 안 된다?


가장 의견이 분분한 대목이다. 독일 정부와 전문가들은 계속해서 마스크가 도움이 안된다고 주장한다.


1. 기본적으로 마스크=테러범이라는 생각 때문에 유럽에서는 마스크 자체를 기피한다. 테러범이 아니라면 마스크 착용은 내가 진짜 중증으로 아프다는 의미이다.


2. 코로나 자체는 공기 감염이 아니고 비말감염이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써도 상대방이 재채기를 했을 때 눈 등을 통해 침이 틜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침할 때 입과 소매로 가릴 것을 강조한다.


3. 의료진들이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환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구 밀도가 한국 대비 낮은 독일은 효과가 없다며 정부에서 계속해서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독일은 마스크 부족으로 수출을 금지했고, 한 병원에서 마스크 1,200장이 도둑맞은 사건도 발생했다. 의료진의 마스크가 부족해졌다.


게다가 아마존에서는 마스크를 한 박스 주문했는데 2~3개만 들어있다거나 아예 판매자와 연락이 안 된다거나 마스크 사기까지 판치고 있다. 마스크 가격은 천정 부지로 올라갔다. 그렇지만 한국처럼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


(마스크 수출 금지 기사)

https://www.tagesschau.de/inland/corona-atemschutzmasken-101.html


한국처럼 대통령이 마스크 때문에 사과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무료로 나눠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마스크 정책은 잘 하고 있는 와중에 약간 패착이 있다고 생각한다.(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처음에 정부에서 KF94를 써야 한다고 했다가 마스크 대란이 일자 일반 마스크도 괜찮다고 번복한 것은 사람들에게 당연히 혼란을 줌과 동시에 정부에 대한 불신을 낳는다. 뉴스의 절반 이상은 마스크 구하기 어렵다는 아이템이란 점도 난센스다. 이런 기사가 마스크 사재기를 더 부추기는 느낌이다.

마스크는 워낙 의견이 분분해서 전문가가 아닌 이상 나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당연히 착용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독일에 있는 나의 경우 가뜩이나 인종차별이 심각해진 이 시국에서 마스크까지 쓰면 엄청나게 틜 것 같긴 하다. 그래도 모르니 일단 마스크를 구비하긴했다. 불안한 나의 심리적 안정을 위함인데 이ㅡ얇디얇은 마스크가 5장에 5유로인데 이것도 겨우 샀다.


그럼에도 독일인은 정부를 신뢰한다.

신속 정확한 한국을 경험한 한국인 입장에서는 독일 정부가 못미더운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독일 공영방송인 ARD 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 39%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두렵지 않다고 했고, 37%는 약간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76%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셈이다.


긍정적인 응답자의 66%  이유에 대해 정부가  상항을  컨트롤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도는 어떤 저력에서 나오는 것일까? 무력한 외국인 입장에서는 어쨌든 이 신뢰를 바탕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잘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결론지어 보면 언론 대응은 독일이 잘하고 있지만 정부 대응은 한국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의료 선진국 대한민국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답답하기도 하고 괜히 나가는 것이 위축되기도 하던 차에, 독일 친구를 만나서 커피를 마셨다.

물론 이 친구는 죄가 없는데. 나도 모르게 퍼부었다.


독일인이라는 이유로 나의 화 받이가 되어야했다.
독일 사람들 코로나로 불안한 거 알겠는데 왜 그 불똥이 인종차별로 틔는거냐며, 나도 모르게 퍼부어댔다.

그때 마침 카페 메뉴판에 꽃 그림이 있었다. 그는 꽃 그림으로 메뉴판을 바꿔서 세워놓더니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지껄이는 말이니 신경 쓸 거 없다며 시적인 말로 나를 위로 했다.



Blumen erhellen den Tag und lassen Kummer und Sorgen wie Wolken an einem vorbeiziehen.
꽃은 하루를 밝게 하며, 슬픔과 근심이 구름처럼 흘러 지나가게 한다.


문득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법이니, 휘둘리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덩달아 화내는 나도 썩 괜찮은 사람은 아니라는 자각과 함께.


이 또한 지나가기를.. 흘러가는 구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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