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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생활자KAI Mar 18. 2020

독일 코로나가 몰고온 고립감, 그럼에도 봄은 온다.

독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1만여명을 넘겼다. 며칠사이 한국을 뛰어넘는 수치를 보이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확산초기, "우리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며 자신있게 말하던 독일 정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확산세에 다시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근접 국가들로부터 문을 걸어 잠궜다. 유치원~대학교까지 휴교령이 내려졌다. 마트, 약국, 일부 은행  등 기본적으로 삶에 필요한 필수 요소의 직종은 문을 연다. 하지만 이외 많은 회사와 기관, 상점, 레스토랑, 헬스장, 극장,클럽, 놀이터 까지 문을 닫았다. 특히 클럽으로 유명한 베를린의 경우 클럽에서 대거 확산자가 발생하면서 클럽 영업을 대대적으로 단속했다.  레스토랑 영업 시간은 주에 따라 다르지만 오후 6시까지로 제한하고, 테이블 간격을 두어야 한다. 배달 시에도 배달원은 문앞에 음식을 두고 가며 카드 결제를 해야 한다.                                         


독일 내 여행 및 종교 행사는 금지이고 역시 주에 따라 다르지만 5~10명 등으로 모임의 인원수를 제한했다. 조부모님들은 손자와의 만남을 자제해달라는 당부까지 했다.  호텔 이용은 여행 목적은 불가하며 교통 연결 문제로 인해 이동이 불가능할 때만 허용된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앞으로 30일간 EU국가 여행이 금지되었고, 유럽 시민, 장기 비자 허가 체류자 등만이 입국이 가능하다. 한국-독일 간 ems도 안된다.

옆나라인 프랑스는 이동 제한도 있어서 허가증이 있어야만 이동이 가능하다. 물론 지인의 전언에 의하면 산책 정도는 가능하다고 하다.


하지만 워낙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유럽국가에서 이러한 강력한 시도들이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잘 지키는 일부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비쥬인사나 악수가 행해지고 시행 전날 밤,  오늘은 슬픈날이라며, 모여서 술을 마시는 프랑스 남자의 모습을 보고 나는 아연했다. 초강수를 두었지만 역시 코로나에 대한 대책은 한국인 입장에서는 부족해 보인다. 여전히 핫라인연결이 안된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고, 심지어 병원에서 질본으로 보낸 팩스 보고가 팩스 고장으로 늦어져서,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는 21세기에 어처구니 없는 일들도 발생했다. 이런 대처들을 보면 확산이 당연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끝없는 마트 사재기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어 사진을 찍다가 그마저도 안하게 되었다


사재기를 하지 말라고 연인 정부와 언론이 보도 하지만 지난주부터 시작된 사재기는 끝이 안보인다.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손세정제로 다투는 이도 봤고 제한되어 있는 휴지를 더 사가겠다고 우기는 어르신과 직원이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모두가 두려움앞에 이성을 잃어가는 느낌이다. 특히 한국 언론에서도 많이 보도되는 휴지는 가히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계산대에 휴지가 하나씩 얹혀져있다. 하나라도 산 이 분들은 럭키다.



우리 집은 현재 휴지를 20개 정도 갖고 있는데 혹시 일어날 상황에 대비해 일일히 칸수를 세어서 쓰고 있다. 어쩌다 휴지를 이토록 아껴쓰는 상황에 이르렀을까.. 사재기가 이번주가 지나면 좀 잠잠해질까.. 모르겠다.     

마트도 그렇고 이 정도 상황이면 한국은 거리에도 사람이 없어야 맞겠지만.지난 주말 우리 집 앞 아이스크림 집에는 봄빛을 맞이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나마 이번주 월요일 정부 발표 이후로 거리가 꽤 한산해지긴 했지만..


사재기는 사재기대로 하고 일상은 일상대로 평온하게 보낸다. 정부에서는 계속해서 마스크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 때문에 여전히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없다. 사실 구하기도 힘들다.


이 사람들은 겉으로 괜찮은 척 하면서 속으론 불안해하는 것인지, 일상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명분과 실리(?)를 실천한다고 해야 할지. 잘 설명을 못하겠다. 3년을 가까이 이 나라에 살고 있지만,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들의 진짜 속마음을.                                               

                                                                                                                                                        

이곳에서 약자인 외국인 신분의 나는 두렵고 의료 선진국인 한국이 그립다. 이도저도 못하는 완벽한 고립감에 함몰됐다. 하루종일 패닉인 가운데.. 스스로 어찌해볼 수 없는 이 상황을 눈부신 고립으로 만들기 위해 일어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고립된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는데 그것은 온통 비극적인 생각뿐이었다. 쏟아지는 비만큼이나 공포감 역시 물밀듯이 쏟아졌다. 이날 밤은 내가 살면서 처음 맞닥뜨린 ‘고립 중의 고립’의 시간이었다.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중략) 문득 재난이라는 상황에서 오히려 로맨스를 꿈꾸었던 시인이 생각났다.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한계령을 위한 연가/문정희


재난을 로맨스로 치환시킨 시인과 달리 지금 내 상황은 눈부신 고립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를 떠올렸던 것은 인간으로서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자연적 극한에 처했을 때, 이 상황을 눈부신 고립으로 볼 것인지, 두려움으로 볼 것인지는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메시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당신이떠날차례_중에서           



계면쩍지만 내가 쓴 글들을 보며 스스로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 이었다. 덧붙여 수많은 사람들의 안부를 떠올렸던 시간이었다.


전쟁의 상흔에도 꽃은 핀다. Sir Lawrence Alma-Tadema /Among the Ruins

올 봄이 이토록 슬플 것이라고.. 지난 겨울 우리는 상상이나 했을까. 늘 화사했던 봄이 올해만큼은 슬픔을 담고 있다.그럼에도 꽃들은 화사한 햇살을 이길 수 없다는 듯 피어나려 기지개를 편다. 자연이 변함없이 흘러가듯..

일상의 흐트러짐 없이 원래의 나 그대로를 지켜 가다보면, 폐허에서도 꽃이 피어나듯, 언젠가 당신에게 봄꽃을 선물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기다려본다.


단 봄으로 가는 그 길에서 삶에서 마주하는 상처와 하나 되지 않기를,
고통에 함몰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결코 꽃을 잃지 않을 것이다.



                                                                                                                                      

Ich bin ein wenig depremiert. Aber Ich bin zuversichtlich, wir werden gewinnen.                                            

























                                              

































































































                                              






















우리는 결코 꽃을 잃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결코 꽃을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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