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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생활자KAI Mar 24. 2020

독일 코로나,급기야 내려진 외출금지령에 불안이 요동쳤다

with 불안한을 감싸준 마스크 선물

아침에 일어나면 코로나 확진자 수를 확인한다.

매번 눈덩이처럼 불어나있는 독일 확진자수에 또 한 번 절망한다.

뉴스를 안봐야지 하면서 또 뉴스를 체크하고.. 다시 한숨을 쉰다.

요사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대국민 담화가 두 번 추가로 있었다. 특히 지난 번 연설은 모두에게 감동을 주며 큰 울림을 남겼다. 그녀는 지금은 2차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이며, 우리 모두 이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특히 진지하게 생각해야한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Es ist ernst


휴교 및 폐점 조치 이후에도 독일 사람들은 계속해서 밖으로 나다니고 있고 확진자가 미친듯이 증가해 1만 3천명(발표 당시 상황이었고 3/23 오늘 기준 2만8천명이 넘었다.) 넘은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특히 마지막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저는 우리가 서로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서로 협력해서 이 상황을 이겨내야 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될 것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많은 부분은 우리 손에 달려있습니다. 개개인의 협력이 제일 중요합니다. 스스로 건강을 잘 지키시고 사랑하는 사람도 지켜주십시오.



원래 앙겔라 메르켈은 연설을 잘하기로 유명하다. 남편 인터뷰 때문에 만났던 독일 기자 말에 따르면 동독출신 정치인들이 대체적으로 연설을 잘한다고 한다. 언급하기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히틀러가 워낙 연설을 잘해서 사람들을 이끌었고 나치 체제가 고스란히 남아있던 구동독시절의 정치인들이 선동의 도구로 연설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연설과 리더십은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요지인데.. 모쪼록 총리께서 이번 담화를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과 경각심을 준 것은 사실이며 이 분의 대단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 집 앞만 해도 분위기가 하루 사이에 완전 바꼈다. 연설이 있기 전 우리집 앞 아이스크림집 앞에는 이렇게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나는 짜증이 일었다. 많은 사람들이 조심하소 있는데 그들이 타인의 노력을 무너트리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리발표 이후 아이스크림 집의 풍경이다. 하루만에 이렇게 바뀌었고, 심지어 오늘부터는 작센주 전체 외출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이 아이스크림집 마저 문을 닫았다.


텅빈거리

길가에도 거의 사람이 없었다. 좀더 빨리 이런 담화와 조치를 발표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중간에 수시로 경찰이 이렇게 사람들이 다니는지 정찰을 한다. 얼핏보면 유럽에서 굉장히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진짜 사람들이 말그대로 말을 안들어서 꺼낸 최후의 카드이다.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 하는 이 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젊은 친구들은 코로나파티까지 하면서, 상황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유럽의 개인주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개인주의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 우리나라는 집단적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나가지 말라고 해도(일부 교회와 시민 제외) 국민들이 스스로 지키는 것이 대다수이지만 독일은 진짜 내가 봐도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정부 정책에 응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당장 내가 산책하는 것이 중요하고, 친구 만나는 것이 소중해 보였기 떄문이다. 그러면서도 사재기를 하고 휴지를 두고 다투는 이기주의는..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이번 발표 이후 일단 오늘 하루는 확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리더의 역량은 이런 것이구나.. 느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내 확진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어수선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제 눈치보며 못쓰던 마스크도 써야될 것 같았다. 그렇지만 독일은 한국처럼 공적마스크라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예 권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파는 곳도 없다. 나에게는 약국에서 산 아주 얇은 종이 마스크 5장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 가끔씩 정보 이용차 들어가던 카페였는데 코로나 발발이후 매번 들어가서 확인을 하는 독일맘카페에서, 직접 만드신 마스크를 선뜻 나눔해주신다는 글을 봤다.부리나케 그분께 받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는데..오늘 우편함을 열어보니 그새 마스크가 와있었다.



마스크를 뜯어보는 순간 뭉클해서 눈물이 날뻔했다. 아프면 어떡하나 차라리 한국을 가는게 나을까.. 한국에 가도 행여나 가는 비행기나 공항이 더 위험할 것 같고 행여나 내가 잘못된다면 부모님이나 지역사회에 피해를 끼치게 될텐데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을 다잡지만, 멘탈이 약해져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 가운데 느닷없는 선물처럼 찾아온 이 마스크가 무척 감사하게 느껴졌다.


가뜩이나 외국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행여나 아플까 걱정이 되는데. 망망대해 이곳에서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 마음을 내어주고 생각해 주는 분이 있다는 사실이 무한한 안도감을 전해주었다.



한땀 한땀 정성스럽게 만드셨을 생각을 하니.. 또 뭉클했다. 금손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이 분이 참 궁금했다. 얼굴한 번 본 적 없는 단순히 같은 독일에 사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선행을 베풀어 주시다니, 분명 선한 사람일 것임에 틀림없다.뭐라도 보내드리고 싶은데..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보니.. 코로나가 끝나면 어떻게든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



요즘 독일 일부 주에서는 저녁 9시에 교회종이 올리면 촛불켜기 의식을 갖는다.  우리 동네에서는 종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나도 초를 켜고 코로나 극복을 기도한다.


돈으로 표현이 안될 귀한 선물을 받은 오늘은..

아무리 이 세상이 각박하다고 해도 이렇게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기에,  비극적이지만은 않다고..

나만 힘들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절대 혼자가 아니며 함께하고 있다고..

그러니 힘내자고.. 괜찮아질거라고..

그렇게 다독이는 하루였다.




생각해 보면 내게는 길만이 길이 아니었다.
내가 만난 모든 사람이 내겐 길이었다.
/신경림 시인


아무리 찾아봐도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그래서 다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을 때,  삶의 길을 잃었을 때, 우리는 누군가가 다독여 주는 한 마디에 또 걸어갈 기운을 얻는다.

나를 일으켜 준 모든 사람이 길이었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길과 같은 사람이 되어 주었으면 싶다.

그것이 위기를 이겨낼 길이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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