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공짜'라는 우화를 읽었다.
내용은 이렇다.
'내일은 공짜로 이발해 드립니다.' 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이발소가 있다. 그걸 보고 다음날 가서 이발을 하고 나오려니 이발료를 내란다. 깜짝 놀란 손님과 이발소 주인과의 대화.
"아니 이발을 공짜로 해 준다고 해서 들어왔는데요?"
"어디 공짜라고 되어 있습니까?"
(밖에 나가 간판을 보며)
"여기 공짜라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내일 공짜라고 했죠."
"나는 어제 이 간판을 보고 왔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내일이라고 써있지 않습니까?"
"그럼 언제 오면 공짜입니까?"
"내일이오. 오늘은 항상 돈을 받습니다."
이게 재판으로 가면 어찌 될까?
내가 검사라면 "사회 통념에서 이건 사기"라고 주장할 거다. 반면에, 내가 변호사라면 "간판 어디에도 오늘 공짜라는 표현이 없다. 오늘 공짜라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주장할 거다.
그럼 검사인 나는 사진 하나를 제시하며 "여기 촬영일이 이발하기 전날이다. 그러니까 이발한 날이 촬영일의 내일이니까 공짜 아니냐?"고 반론할테고, 변호사인 나 역시 사진 하나를 제시하며 "이 사진은 검사가 제시한 사진 전날 촬영한 사진이다. 검사 논리라면, 이 사진의 내일은 이발한 시점에서는 어제가 되는 거니 이미 공짜 효력이 소멸됐다"고 재반론할 거다.
그럼 판사는 무엇을 근거로 어떤 판결을 할까.
관습을 근거로 궤변에 의한 기만 혹은 기망의 판결을 내릴까?
아님, 어디에도 이발 당일 공짜라는 증거 불충분의 판결을 내릴까.
이건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 우화다.
철학적 깨달음을 은유적으로 추구하는 우화다.
이 글을 읽으며 갑자기 궁금해져 사전을 찾아봤다.
내일의 영어단어인 tomorrow 에서 혹시 to를 분리한 morrow가 의미하는 게 있을까? 흥미롭게도 사전에는 구식 문예체로 '그 다음 날' 이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tomorrow를 분리하면 to morrow ; 그 다음 날을 향한다는 의미가 된다.
내일의 한자도 來日 ; 다가올 날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내일은 오늘을 기준으로 1시간에서 24시간 이후의 특정된 시점이 아닌, 계속 향해 가거나 계속 다가오는 시간의 흐름이다. 특정된 시점이 아니기에 우리의 시간이 아닐 지도 모른다.
내일이 [내 일]을 보장하지 않는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지금 하자.
그럼, 내일은 덤으로 오는 공짜가 된다.
이 우화가 전하고픈 의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