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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말의 가치

by 강하


"나이 먹을수록 가치가 느껴지는 게 있나요?"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바로 답했다.

"말 !!!"


나는 처음 대하는 사람에게 반말을 못 한다.

식당이나 점포에서 직원들에게 나이 불문하고 항상 경어를 사용한다. 반말은 말 그대로 半말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동호회 등 모임에서도 아주 친숙하지 않은 나이 어린 사람들에겐 경어를 사용한다. 가끔 "말씀 편하게 하시라"는 말을 들을 때면 "차차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그런다. 친해지자는 고백(?)이기도 하다. 실제 관계가 지속되면서 그리 되는 관계가 많다.

'당연한 거 아니냐‥' 는 분들이 계시다면 참 다행한 일이지만, 식당 등에서 젊은 직원들에게 일상적으로 혹은 습관적으로 반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물론, 그런 분들 모두가 어린 직원들을 업신여겨 그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다수가 그냥 평소 언어 습관일 뿐이다. 지역별 언어 관습에 따라 말투의 늬앙스가 다르기도 하다.

또 반말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감정이 실린 반말은 불쾌하지만, 정감 담긴 반말은 형식적인 경어보다 오히려 관계를 푸근하게 한다.


이 글 서두에 '나이 먹을수록 가치있게 느껴지는 게 말'이라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정감어린 반말이 관계를 부드럽게 한다면, 정감어린 경어는 품격과 존중을 느끼게 만든다.


20대인 내가 처음 대하는 상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같은 또래가 반말을 하면 싸가지 없다고 생각한다.

30대가 반말을 하면 다소 어이가 없다.

40대가 반말을 하면 기분이 좋진 않다.

50대 이상이 반말을 하면 별 생각없이 듣는다.


반대로,

같은 또래가 경어을 쓰면 당연하니 느낌이 없다.

30대가 경어를 쓰면 이상할 게 별로 없다.

40대가 경어를 쓰면 기분이 좋다.

50대 이상이 경어를 쓰면 오히려 조심스러워진다.

그 이상 나이 많아 보이는 사람이 경어를 쓰면 인품이 느껴진다.


같은 표현도 나이에 따라 가치가 달리 느껴지는 게 말이다.

나이들수록 내가 사용하는 말이 나를 규정한다.

'나잇값도 못 한다'거나, '어른스럽다'거나‥


P.S :

사족"말은 그렇게 하면서 너는 왜 글은 반말투로 쓰느냐?" 고 물으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누구에게 전하여 주입시키기 위한 게 아닌, 생각의 기록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록을 경어체로 표현하면 글이 길어지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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