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사잡설

화이불치는 알고, 언어도단은 모른다

by 강하


"다만 위와 같은 금품의 수수를 피고인이 먼저 요구한 바는 없습니다."


위 판결기준을 적용하면,

- 뇌물 받은 사람이 먼저 요구하지 않았으면, 주는 거 다 받아도 뇌물수수죄가 아니고,

- 뇌물 받은 사람이 먼저 요구했으면, 이것저것 갖다 바쳐도 뇌물공여죄가 아니다.


계약서가 없어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라는 논리까지, 이런 궤변이라 한다.


어거지로 인용한 듯한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개념도 그렇다.

화이불치,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인데, 아무리 화려한 명품 보석이라도 받은 자에게는 사치품이 아니라는 건가..


"뇌물"의 기본 개념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 재판을 한다는 게 언어도단이고, 그런 자의 논리가 견강부회다.


여튼, 주가조작과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죄 혐의 회피 방법을 제대로 제시해준 명(?)판결이 나왔다.


징역 15년 구형에 징역 1년 8개월 선고는 검찰이나 재판부 어느 한쪽의 인지능력에 심각한 오류가 있어 보이는데,

1년 8개월 형량에 재판부 말대로 피고가 반성을 하고 있고 범죄 사실이 없다면 통상적 관례로 집행유예를 해도 자연스러울 것을, 차마 집행을 유예한다는 말까지는 못한 걸 보면, 후안무치파렴치한이 되고 싶지는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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