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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Sep 18. 2016

밀정


일제시대 경찰이었던 실존인물 황옥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 [밀정].

일본경찰의 경부 이정출는 의열단장 장채산을 잡기 위해 경성의 의열단 리더 김우진에게 접근하여 상해로 간다.

김우진은 이정출의 정체와 의도를 알면서도, 다량의 폭발물을 경성으로 들여오기 위해 그를 역이용하려 한다.


모든 카드가 오픈된 상태에서 오직 진심만으로 이정출을 상대해야 하는 김우진.

마지막 히든카드로 칼자루를 쥐고 있으면서도 뭔가 말리는 느낌의 이정출.

영화 중반 이후는 각각 진심과 블러핑을 무기로 서로를 상대하는 두 사나이의 심리게임으로 전개된다.

송강호와 공유의 케미도 좋지만, 까메오 격인 이병헌의 존재감과 박휘순의 임팩트 역시 강렬하다. 명불허전.

여기에 스크린을 지배하는 짙은 콘트라스트가 명배우들의 연기와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를 높힌다.


일제 강압기 시절 영화를 볼 때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저 시대의 나라면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특히 (실제로는 더 잔혹했을) 고문장면을 볼 때마다 그 상황을 겪었을 분들에 대한 경외감이 든다.


역사에는 밀정 혐의로 실제 재판을 받은 실존 일본경찰 황옥이 영화 속 이정출과 같이 자신은 일본경찰로서 소임을 다 했다는 진술이 기록되어 있는데, 황옥의 이런 진술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있다.


일본경찰로 전향한 자신의 충성심을 일본이 몰라주는데 대한 억울함의 항변이라는 설과, 실제 독립군의 비밀요원으로 독립군을 보호하기 위해 끝까지 위장을 한 것이라는 설.


진실은 당시를 살았던 극소수만이 알겠지만, 만약 후자가 진실이라면, 조국을 위한 행동의 결과가 독립유공자는 커녕 오히려 조국의 변절자로 후손들까지 친일파의 멍에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니 느낌이 참 묘하다.


같은 일본경찰이지만,

[암살]의 이정재가 개인의 영달을 위한 본능적 욕망을 보여준다면,

[밀정]의 송강호는 깊히 내재되어 있는 고뇌하는 양심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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