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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Oct 10. 2016

탁월한 선택에 만족한 [CASA CORNER]

궁금했던 덴마크의 가정집


덴마크에서의 드라이빙은 평온함이 느껴진다.

마치 무인자동차에 편승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모든 도로가 그렇진 않겠지만, 오르후스에서 올보그까지 가는 1시간 반 정도는 그랬다.


거의 직선인 2차선 도로에 차량이 별로 없다. 가끔씩은 앞뒤로 차량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코너링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기에 핸들 조작할 일이 거의 없고,

고속도로 아닌 고속도로라 신호등이 없고 앞 차가 없으니 제동에 신경 써야 할 일도 별로 없다. 게다가 사방이 탁 트였다.

그러니 핸들에 가볍게 손을 올려놓고, 가속 페달에 살포시 발을 올려놓은 상태에서 주변 풍광을 즐기면 된다.


자동차의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이용하면 가속 페달조차 밟을 필요도 없지만,

개인적으로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몸의 어느 한 부분만큼은 자동차와 교감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랄까.

그래야 최소한의 긴장을 유지할 수 있고, 그게 나를 받아주는 차에 대한 기본 매너라고 생각한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아준 걸까..

함께 한 지 첫날임에도 AJ(앞으로 렌터카는 이렇게 호칭한다)는 부드럽게 내게 반응해 온다.


그렇게 즐거운 드라이빙을 만끽하는 동안, AJ는 내비와 교감하며 우리를 올보그의 숙소 [CASA CORNER]로 안내했다.



CASA라는 명칭에서 보 듯, 호텔이나 펜션식 숙소가 아닌 AIR BNB 형태의 가정집을 예약한 이유는,

인테리어로 유명한 덴마크의 가정집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1905년에 건축된 이 집은 두 명의 여성이 운영하는 곳이다.


체크인을 위해 집에 들어서려는데, 현관 문이 잠긴 채 입구에 봉투가 붙어 있다.

봉투 안에는 현관 열쇠와 함께 집 사용 및 숙박에 대한 안내문이 들어 있다.

룸은 2층의 어느 방을 사용하고, 시설은 어떤 게 있으며, 아침 식사에 대한 안내. 그리고 내일 아침에 보잔다.


우리가 5시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운영자들은 이미 퇴근을 한 것.

아니.. 누군지 확인이 안 되는 상태에서 집 Key를 봉투에 두고 나간다는 게 우리 상식으론 말이 안 되는데...

이 사람들 신용 문화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본다.


2층의 지정된 방에 들어서는 순간.. "와우~~"

어느 정도 독립된 듯한 침대 배치에 지연이가 아주 만족스러워한다.

3년 전 미국 CARMEL의 Forest Lodge만큼은 아니지만, 그때 생각이 난다.


110년 전 이 집 소유자의 신분이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화장실과 샤워실을 겸한 욕실 공간이 어지간한 거실 수준의 면적이다.


다음 날 아침 7시가 넘어 출근한 운영자가 집의 내부를 안내한다.


숙박자들이 함께 친교를 나누는 거실.


공동 운영자인 여성 두 분은 모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단다. 재밌는 건,

한 분은 앵무새를, 다른 한 분은 꽃을 그린다고.

이 집에 걸려 있는 모든 그림은 두 운영자의 작품이다.


아침을 제공하는 식당.

가운데 테이블에 빵과 치즈가, 오른쪽 벽면에 커피 등 간단한 음료가 배치되어 있는 작은 규모지만,

화사한 햇살과 함께 말 그대로 Good Morning이 절로 느껴지는 운치 있는 공간이다.   


그 외 CASA CORNER의 이곳저곳.

아기자기하게 공간을 채운 빈티지 느낌의 가구들.


110년이나 된 집의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문 손잡이와 잠금장치도 그 옛날 것을 그대로 사용한단다.

때문에 열쇠 관리에 특히 신경을 쓴다고.


친절한 운영자와 함께 전체적인 분위기에 가족 모두 만족스러워 선택의 보람을 느끼게 해 준 [CASA CORNE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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