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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Oct 12. 2016

이방인을 겁먹게 한 노르웨이 터널

비가 우리를 멈추게 하다

[2016년 6월 2일]


 

이제 사진으로만 보던 깎아지른 절벽 Preikestolen을 보러 간다.

중도에 페리를 타는데, 노르웨이는 페리가 거의 우리의 마을버스 개념이다.

운항 스케줄을 보니 24시간 운항에 주간엔 15분 간격이다.


우리가 페리를 타고 내린 시간은 불과 6분 남짓.
비용은 133 크로네. 2만 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인데, 6분에 2만 원이면 좀 세네..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도로 환경이 확연히 다르다.
덴마크의 도로는 거의 평면이고, 보이는 건 평원뿐. 가끔 야트막한 언덕이 보이긴 하지만 사방이 탁 트였다.

반면에, 노르웨이는 보이는 게 산이고, 마을을 벗어나면 도로 양 옆에 나무만 보인다.
소싯적 지리책에서 본 빽빽한 침엽수.
산이 많다 보니 도로가 종으로 횡으로 굴곡이 심해 같은 거리라도 덴마크와는 소요시간 차이가 크다.

게다가 터널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데, 터널 내부가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다르다.


보이는 대로 몇 가지 비교하자면,


우리 : 거의 대부분 터널이 편도 차선이다. 마주 오는 차가 없다.

얘네 : 한 터널에 왕복 차선이 다 있다. 마주 오는 차가 신경 쓰인다.

우리 : 터널 내부를 시멘트로 깔끔하게 마감 처리.
얘네 : 뚫어만 놓고 내부는 암벽이 원형대로 노출.

우리 : 터널 조명이 밝다.
얘네 : 조명이 없거나 있더라도 조도가 엄청 낮다.

우리 : 터널은 거의 직선, 곡선이 있더라도 완만.
얘네 : 만만치 않은 곡선도 제법 많다.

우리 : 터널 안 차선은 다소 여유롭게 넓다.

얘네 : 뚫기가 힘들어선지 터널 안 차선이 더 좁게 느껴진다.

우리 : 바깥 차선 옆에 여유 공간이 있는 편이다.

얘네 : 바깥 차선 옆 여유 공간이 전혀 없다. 


얘네는 도로 폭이 전반적으로 우리보다 좁은 느낌인데, 터널 속 도로 역시 그렇다.

반면에 화물차량은 우리보다 덩치가 크다. 조명도 없고 폭도 좁고, 게다가 옆에 여유 공간마저 없는,

컴컴한 곡선 터널 속 덩치 큰 화물차들의 거침없는 질주가 나름 운전에 자신이 있던 이방인 운전자의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든다.
암흑 같은 터널 입구가 마치 지옥문 같다고나 할까..



프레이케스톨렌 등산로 입구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1시 40분쯤.


사전 검색에 의하면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5시간 정도를 걸린단다.

우리는 모두 걷는 데는 일가견이 있어 4시간을 잡으면, 밤 10시에도 훤할 정도로 해가 길어 점심을 먹고 올라갔다 내려와도 Stavanger로 이동이 가능하겠다 싶어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창가에 자리를 잡고 내다 본 모습은 너무 평화롭다.

지금 이곳도 고도가 높은 곳인데, 이 고지에 호수가 있다니...

게다가 슬레이트를 이용한 고인돌 형태의 외부 테이블이 자연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 한다.


그런데.. 식사를 마칠 즈음, 스멀스멀 먹구름이 짙어지더니 급기야 빗줄기가 굵어진다.

'어~ 이러면 어찌해야 하나..'


지연이가 인터넷 검색을 하더니, 오후 내내 비가 오고, 내일은 맑게 갠단다.
여기까지 와서 프레이케스톨렌을 안 보고 가면 두고두고 아쉬울 거 같다. 언제 또 올 거라고..
당초 일정에 예비일 3일을 잡은 건 이런 경우를 대비한 거 아니었나..


예정엔 없었지만 이곳 Preikestolen Fjellstue에서 하루 묵고 다음 날 등산을 하기로 결정.

체크인을 하고 룸에 들어가니, 여기 구조가 재밌다.

간이 2층 구조의 숙소.

1층에 침대 둘, 그리고 사다리를 통해 올라가는 옥탑방 형태 2층에도 침대가 있다. 당연히 2층이 지연이 몫.

 

밖에는 비가 오니 할 게 없고, 점심을 먹고 난 후 3시부터 할 일이 없어졌다.

아내와 지연이는 피곤했는지 낮잠에 빠져 들었다. 아니.. 운전은 내가 했는데, 왜 자기들이 잠을 자나..

나도 핑계 낌에 푹 쉬겠다 싶었는데, 낮잠을 자면 정작 밤에 잠을 못 자 다음 날 운전이 더 힘들 거 같아 숙소를 빠져나와 주변을 돌았다.


한 차례 비가 훑고 간 뒤라서 인지 Preikestolen Fjellstue 주변은 너무 깨끗하다.

유스호스텔 형태의 Preikestolen Camping.

취사와 욕실은 공동시설을 이용해야 하지만, 가격이 저렴해 배낭여행객에겐 안성맞춤이다.

예약 및 체크인은  Preikestolen Fjellstue에서 한다.


그 아래 호수까지 다가가 손을 담그니 물이 엄청 차다.  


요건 창고 용도인 듯.


저녁을 먹고 나니 할 게 없다. 결국 딸아이와 둘이 애꿎은 와인만 두 병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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