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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Oct 14. 2016

생애 최고의 희열을 안겨준 Preikestolen


[2016년 6월 3일]



여행 준비시부터 가장 기대감이 컸던 프레이케스톨렌(Preikestolen).

그 기대감 때문인지 전날 와인 두 병을 마셨음에도 일찍 눈이 떠졌다.

일단 바깥 날씨부터 살핀다. 오~ 좋아 좋아..  맑은 하늘과 초록의 주변이 너무 말끔하다.


식당에 내려가 부페식으로 아침을 먹는데, 오렌지 쥬스 맛이 색다르다.

어~ 그동안 숱한 오렌지 쥬스를 맛 봤건만 이런 맛은 처음이다.

그리 달지도 않으면서 신 맛도 없고 아주 담백한..  어쩜 이런 오렌지 쥬스가 있지..

쥬스를 그리 즐기지 않는 지연이도 아주 만족스러워 하며 몇 번을 리필한다.


서빙을 하는 아가씨의 (언뜻 눈에 띈) 배가 약간 볼록하다. 단순히 배가 나온 게 아닌, 임신을 한 것같다.

일하는 모습이 어딘지 어색해 보이는 게 이 일을 한지 얼마 안 돼 보인다.

쥬스가 다 떨어져 이야기 하니 큰 통을 들고 와 리필을 하는데 방법을 잘 모르는지 몇 번 시도하다

고참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럼에도 얼굴 가득 맑은 웃음으로 일을 한다.

앳되 보이는 얼굴이 더 안쓰럽게 느껴진다.


식사를 마치고 프론트에 가서 Preikestolen 등반에 소요되는 시간을 물으니 다섯 시간 정도 걸린단다.

그 소릴 듣고 지연이가 웃으며 한마디. "그럼 우린 4시간이면 되겠네.."

우리 식구 모두 걷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는 자존감의 표현이다.


 

Preikestolen 정상까지 등반 구간은 4km.
처음 500m에서 만만치 않음을 예감케 하고, 1km 정도 지나 숨이 깔딱거리게끔 하지만,
2km 쯤 지나면 오히려 비교적 평탄한 암반을 걷게 된다.


프레이케스톨렌을 오르는 구간이 일반적인 등산로와 다른 점은,

일부 습지에 설치된 우드텍 구간을 제외하곤 거의 전 구간에 인위적으로 조성한 길이 없다는 것.

울퉁불퉁 불규칙하게 박혀있고 튀어나온 바닥을 디디느라 앞을 볼 겨를 없이 밑만 보다 보니 나중엔 목이 아플 지경이다.
경사면 역시 바위 면을 타고 올라가는 수준으로, 신발 바닥의 접착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바닥이 미끄러운 신발은 절대 금물.


그렇게 올라가 드디어 마주한 Preikestolen.

이제 초입이지만 눈 앞에 보이는 Preikestolen의 옆 모습이 내 심장에 펌핑을 시작한다.


이 모습...  사진으로만 보던 그 거대한 자연을 내 눈으로 마주 하고, 내 손으로 담고, 내 몸을 함께 하다니..

한가지 아쉬웠던 건, 시집가는 날 등창난다더니, 하필이면 저 꼭대기에서 카메라 전원이 나가는 바람에

이 멋진 모습들을 휴대폰 사진기로 대신해야 했다는 거. 그것도 구형 휴대폰으로.


그렇더라도, 그동안 곳곳을 여행하며 보았던 그 어떤 모습보다 벅차고 놀라웠다.

이런 벅참은 나만의 감정은 아닌가 보다.


이곳에 오른 많은 사람들은 대자연을 찾은 자신을 입증하고자 다양한 모습을 담으려 노력한다.

절벽 끝단에서 멋진 요가 포즈를 취하는 젊은 아가씨에게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 포커스를 맞춘다.

나 역시 뒤늦게 카메라를 들이댔는데, 아쉽게도 아가씨의 퍼포먼스는 끝났다.


조심스레 아래를 내려다 보니 까마득하다.


나의 두 여인도 조심스레 포즈를 취한다.


지금 이 지점을 한국어 번역 가이드북에서는 제단바위라 하던데, 제단바위 뒷 배경도 엄청 웅장하다.

여기도 올라 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오르는 시간에 비해 느껴지는 감흥은 제단바위에서 느낀 감흥과 별 차이가 없을 듯해 생략했다.  


뒤 암벽이야 그렇고, 여길 언제 또 오겠나.. 그러니 그냥 내려가긴 아쉽다.

해서.. 나도 뭔가 멋진 인증 샷을 남기긴 해야 겠는데 은근 겁이 난다.

그냥 가자니 두고두고 아쉬울 거 같고, 폼 한번 잡으려니 쫄리고, 그렇다고 맹숭맹숭한 인증 샷은 싫고..

몇 번을 망설이는데, 보다 못한 아내와 지연이가 이구동성으로 한마디 한다. "아~ 빨리 찍고 가~~"

위험한 짓 하지 말라고 말릴 거라 생각했던 두 여인의 질책에 용기와 욕심을 내봤다.

뤼세피오르를 바라보며 무릎이 꺾이는 지점까지 좀더 앞으로 다가가고 싶었는데,

이미 발 끝에 엄청난 만유인력이 느껴지며 발목을 잡아끄는 중력에 운동화가 벗겨질 거 같다.

그래도 좀더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순간 뒷바람이 느껴진다.

아무 현상이 없었음에도 아마 나의 소심한 느낌이 아니었나 싶다.


Preikestolen 정상 못미친 곳에는 이런 산정 호수가 몇 군데 있다.

텐트를 치고 숙박을 하는 낭만은 부러운데, 저 개는 주인 취향 맞추느라 뭔 고생이냐..



당초 네 시간으로 예상했던 우리의 왕복 소요시간은 3시간 10분.

직원이 알려준 시간보다 무려 두 시간 가까이 절감된 시간이다.
우리끼리 이구동성으로 한 말. "정말 우리 잘 걷는다."

정상에서 머문 시간을 제외하고 4km를 왕복하는 동안 한 번도 쉰 적이 없으니 정말 잘 걷는 거 맞다.

하지만, 직접 다녀와 보니 직원이 알려준 소요시간과 차이가 큰 이유가 있다.


위에서 일부 언급했지만, Preikestolen에 오르는 초반부 길은 좁고 가파라서 교행(郊行)이 어려운 지점이 많다.

때문에 오르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이 마주치면 한 쪽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된다.

직원이 알려준 다섯 시간은 그런 지체되는 시간을 감안한 것인 듯하다.

우리는 다소 이른 시간에 오르다보니 올라갈 때는 전혀 지체가 없었고, 내려올 때 다소 지체가 있었다.

때문에 Preikestolen에 오를 경우 일찍 오르는 걸 권하고 싶다.


어찌됐든 신체와 정신 건강한 우리 가족에게 감사~


근데, 여긴 도대체 누가 맨 처음 발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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