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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Nov 01. 2016

당혹스럽고, 필요하고, 부럽고..


Geiranger는 일부 북유럽 가이드 책자에 [에이랑에르]로 표기되기도 한다.

현지 기념품 샵 캐셔에게 물어보려 했으나 너무 바빠 보여 옆의 중년부부에게 이 지역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가이렁거~" 란다.  엥~ @<@...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지.. 이 사람들 이 동네 사람 맞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아닌 거 같아 캐셔가 숨 돌리는 사이에 다시 물어봤다. 그리고 다른 식당 직원에게도 물었다.

양 쪽에서 돌아온 발음은 "게이랑게르~"  혹시 아까 중년부부가 독일계가 아닐까 싶었는데, 맞는 거 같기도 하다.


Trondheim 이라는 도시가 있는데, 이 도시의 이름이 또 재밌다.

대부분의 가이드북에는 [트론헤임]이라고 표기되고 있는데, 현지에서 들은 이름은 팔색조다.

트론헤임, 트론하임, 트론다임.. 

누구는 [d]를 묵음 처리하고, 누구는 [h]를 묵음 처리한다. 또 중모음 [ei]도 누구는 [에이]로 발음하고, 누구는 [아이]로 발음한다.

고등학교에서 제 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울 때 [ei]를 [아이]로 발음한다고 배운 기억이 있는데,

결국 민족의 뿌리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는 모양이다. 그럼.. 이 나라 사람들은 서로 의사소통이 되긴 되나..?

하긴.. 중국도 잘 살고 있는데,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아쉬운 두 가지. 


산을 넘으며 급커브길을 돌 때마다 뭔가 어색했는데, 그 '뭔가'가 뭔지 뒤늦게 알았다.
커브길 코너에 반사경이 없다.


우리 도로에는 평탄한 도로라도 대부분 커브길엔 맞은편 도로의 차량 접근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볼록거울이 있는데,

노르웨이는 엄청난 경사의 급커브에도 반사경이 전혀 없다. 그러니.. 핸들을 돌릴 때마다 위 혹은 아래로 길게 자라목을 뽑아야 한다.


한번은 가뜩이나 좁고 가파른 코너에서 관광버스 앞바퀴가 빠져 다른 버스들이 대여섯 번씩 전진 후진을 하며 빠져나오느라 엄청 지체가 되는데도, 클랙슨 한번 울리지 않고 다들 차 안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또 하나 황망한 건..

이게 동양인들이 잘 안 온다고 생각해서인지 모르겠는데, 화장실 남성용 소변기 위치가 하안~참 높다.
내 키가 우리 또래 대한민국 남성의 평균치인데 겨우 거치가 가능할 정도.

그러니 나보다 작으면 거치에 불편함이 있다. 젠장~ 까치발로 소변을 봐야 할 지경이다.
흠... 노르웨이 남성 평균 신장이 190cm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혹시 동양인들에게 키높이 구두를 팔기 위한 복선이 있는 건 아닐까..



이 곳은 선글라스 없이는 낮 활동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선글라스는 마치 동공이 녹을 것만 같은 시력 보호를 위한 필수 생활용품이다.

여행 준비를 하며 잠시 망설였다.
그레이와 와인 칼라 중, 그레이가 얼굴에 비해 프레임이 큰 듯하고 더 어둡게 보여, 즐겨 사용하는 와인 칼라를 가져오려다, 혹시 모를 파손이나 분실에 대비해 모두 가져왔는데, 그레이를 안 가져왔으면 곤란할 뻔했다.

워낙 강한 햇살로 인해 와인 미러는 선글라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자기 역할을 못 하기 때문에,

해가 강한 곳을 방문하는 경우 짙은 선글라스를 권하고 싶다. 문제는, 운전을 하는 경우 함정이 있다는 거.


가뜩이나 어두운 터널에 진입할 때마다, 선글라스로 인해 시야가 더 어두워진다. 더구나 길이가 몇 키로는 기본이니 운전이 곤혹스럽다.

정상 시력인 경우 선글라스를 벗으면 되지만, 내 경우 도수가 있어 벗으면 다소 불편하기도 하고, 그보다 어두운 터널 속 맞은편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또 부담스럽다.



가는 곳마다에서 느끼는 너무 맑은 물과 공기.
서울엔 미세먼지가 심하다는데, 이 청정 자원을 보니 새삼 부럽다. 더 부러운 건, 이 자연을 지켜나가는 공공의식이다.

캠핑장 주변의 상행위는 찾아볼 수도 없고, 전망 좋은 곳곳에 설치된 나무 탁자 주변은 휴지통이 없음에도 버려진 쓰레기 역시 눈에 띄지 않는다.
그토록 많은 캠핑카 주변도 깔끔 그 자체. 청정환경은 청정의식에서 유지됨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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