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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Nov 03. 2016

노르웨이 물가?

적어도 일관성은 있다


야~ 니들 차조심해야지~~

양떼들~

굴곡이 심한 좁은 도로에 얘네들이 떼지어 다닌다.
귀에 모두 인식표를 하고는 있지만 이렇게 멋대로들 돌아다니다 잃어버리는 경우는 없나?

노르웨이 곳곳에서 양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사람들에게 아주 친숙하게 대한다.

얘들은 자주 못 보는 동양인이 신기한지 일일이 눈을 맞추느라 대열에서 낙오하고 있다.

 "빨리 따라가라~~"



게이랑게르 - 올레순 구간에서 만난 인상적인 해저터널 둘.


하나는, 터널 길이가 장장 25km에 달한다.
바다 밑을 관통해야 하니 진입후 끊임없이 하강하다 일정 지점부터는 반대로 하염없이 올라가는데, 이 구간이 거의 직선이다.
공사기간의 단축 등 공사의 효율성을 감안하여 당연히 양쪽에서 같이 뚫고 들어왔을텐데,

굴착 각도가 조금만 틀어져도 바다 밑에서 어긋날 길을 절묘하게도 맞춰 뚫었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그 절묘함이 아쉽기도 하다.


어두컴컴한 직선 도로를, 더구나 중앙 분리대도 없이 좁게 느껴지는 왕복 2차선 도로를 핸들 조작없이 끝도 없이 달리다보

순간적으로 정신이 몽롱해지는 경험을 했다. 집중을 못해 정신줄을 놓치면 위험할 거 같다.

그나마 매 6km 지점마다 공간이 다소 넓어져 갓길 공간도 있고, 천정에 붉은 사이키델릭 조명도 있는데, 이 조명이 더 헷갈린다.

이 터널에 붉은 사이키델릭 조명?


또 하나, 올레순 도심에서 공항 쪽으로 나가는 해저터널은 세 번을 지나면서도 미스테리다.
길이가 4km 밖에 안 되지만(이제 5km 미만 터널은 그냥 덤덤하다), 25km 직선 주로 해저터널과는 반대로

끝 1km 지점에서 거의 360도 회전하며 가파르게 올라간다.

흡사 대형마트나 백화점 주차장을 돌아 올라(내려)가는 나선형 구조.
그렇다면 바다 밑에서 두 개 이상의 원형 layer가 형성된다는 건데, 이게 가능해?


이 터널들을 거치며 든 생각.
얼마나 많은 작업자들이 얼마나 오랜기간 깜깜한 터널 속에서 아침에 들어가 저녁까지,

외부 공기 한번 못 접한 채 점심을 먹어가며 하루를 꼬박 보냈을까.
또 양쪽에서 진입하여 마지막 벽이 없어지며 서로의 얼굴을 봤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지..



그런 생각을 하며 다달은 우리 숙소.

부킹닷컴 예약시 미니 모텔이라 하여 그 형태가 궁금하면서 우려되기도 했는데, 반전의 매력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미니 호텔은 위에서 보면 팔각형 구조다. 그러니까 방도 여덟 개.


우리 숙소 왼쪽이 상점과 식당이 있는 메인 호텔.

물론 숙박비는 미니 호텔보다 비싸다.


숙소가 너무 작아 3인 취침이 안 돼 두 개를 잡았다. 그래도 나름 테라스도 있다. 왼쪽이 지연이 숙소.

문을 열고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침대를 보니 왜 미니 호텔인지 알겠다.

이 침대를 보는 순간 뜬금없이 중고등학교 시절 양호실이 떠오른다.



숙소 프론트에서 집어든 가이드 맵을 살펴보니 올레순 외곽 25km쯤 떨어진 랑게보그(Langevag)에 아울렛 몰이 있다.
그래.. 여지껏 쇼핑몰 구경도 못 한데다, 올레순은 좁다하니 여길 먼저 둘러보기로 한다.


데볼드파브리켄(Devoldfabrikken) 아울렛은 외관부터 한국의 아울렛 차이가 난다.
화려한 외관은 기대도 안 했지만, 생각보다 쎄~하다.

폐건물을 재활용한 듯한 느낌으로 쇼윈도우는 찾아 볼 수 없다.
품목도 일상용품 위주로 전자제품이나 시계 등, 고가의 명품류는 아예 없다.

우리같은 사람들에겐 궁합이 맞는데, 기대를 했던 사람들에겐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


노르웨이 물가가 비싸다는 글들을 엄청 보았다.
높긴 하지만 아웃도어 의류 등 지역 특성에 필요한 일부 품목은 오히려 더 싸다. 게다가 일관성이 있다.
생수만 하더라도 종류가 많아 상대적 가격 비교가 어려워 주로 코카콜라로 가격비교를 하는데,

도심이나 시골이나 관광지의 가격이 거의 똑같다. 그러니 적어도 바가지 쓴다는 느낌은 없다.

내가 겪은 범위에서는 그렇다.


이 곳 사람들의 구매행동 패턴을 유심히 보면 구매에 망설임이 거의 없다.

물가가 높더라도 소득이 수반되면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그리 높지 않은 모양이다.

자국 물가와 비교하게 되는 관광객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높게 느껴지겠지만.


아울렛에서 우리가 대화하는 걸 듣던 옆에 있던 동양인 여성 셋이 묻는다. "한국분이세요?"
 '그럼 한국인이 아닌 사람이 여기서 한국말을 쓰겠어요?' 물론 혼자 생각한 말이다.

그렇다고 하니, 엄청 반가운 표정으로 어떻게 이 외진 곳까지 왔느냔다.
나라도 이런 곳에 살면서 한국인을 만나면 반가울 듯하다. 여기 거주하시냐 물으니 주재원 가족이라고.
어떤 직장이길래 여기까지 주재원이 나와있는지 궁금한데, 그중 한 분은 임기가 끝나 곧 한국으로 돌아간단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곳이 다시 그리울까? 아.. 그리울 수는 있겠다. 그럼, 이곳에서 다시 살고 싶을까?

올레순 항구에서 페리를 타면 10분 거리인데, 바다를 빙돌아가니 거리가 제법 된다.

자동차로 30분 이상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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