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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Dec 02. 2016

봉인 해제된 원초적 운전 본능


말뫼의 숙소 Art Holm Family Villa Homeaway 에서 덴마크 코펜하겐 까지는 40km가 채 안된다.

소요 시간도 30분 남짓.


말뫼와 코펜하겐 사이 바다의 중간 지점에 폭이 좁고 긴 Peberholm이란 섬이 있다.

이 섬의 양 끝이 덴마크와 스웨덴을 연결하는데,

재밌는 건, 말뫼와 코펜하겐을 잇는 도로의 형태.


말뫼에서 페베르홀름 동쪽 끝까지는 바다 위 교각으로 연결되어 있는 반면,

페베르홀름 서쪽 끝에서 코펜하겐까지는 바다 밑 터널로 연결되어 있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국경이 어느 지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페베르홀름 - 말뫼 도로는 스웨덴이,

페베르홀름 - 코펜하겐 도로는 덴마크가 건설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두 나라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시공한 이유가 궁금하다.

스웨덴은 교량 공법이, 덴마크는 터널공법이 자신이 있었을까..

코스트 측면에서는 어느 방법이 더 효율성이 높은지 괜히 궁금해진다.




"저의 죄를 사하시며.."
노르웨이에서는 30년 나의 운전습관을 회개하고 반성하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2주 이상을 참하게 운전했다.
사람이 보이면 무조건 일단 정지, 차량이 보이면 먼저 가라고 수신호를 보내며 양보.
그렇게 운전을 하니 세상이 편했다. 마음도 여유로워지고 운전 자체가 레져로 인식되며 힐링이 된다.


그런데...  스웨덴에서 뭔지 모를 어색함이 감돌더니,
덴마크 코펜하겐에 진입하면서 노르웨이에서 봉인됐던 원초적 드라이빙 본능이 꿈틀댄다.


끼어들고, 빵빵거리고, 휙~ 유턴하고..
오~예~~ 이거 매우 익숙한 운행 패턴인 걸..  그런 거라면 나도 빠지지 않지~~



유럽의 교통과 도로 체계에 차츰 적응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순간적으로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모든 유럽이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북유럽은 기본적으로 좌회전 신호가 없다.

파란 신호가 들어오면 알아서 좌회전을 해야 한다. 비보호 좌회전인 셈이다.
문제는, 맞은 편에서 계속 직진 차량이 이어지는 경우다.

좌회전 차선이 있는 경우는 기다리면 되지만, 직진과 동시 차선인 경우 뒷 차가 눈치를 준다.
또 하나 문제는, 차선에 파란 신호가 들어오면 보행자 건널목도 대부분 파란 신호라 좌회전 진입을 못 하고 기다려야 하는데,

그 때 맞은 편에서 차량이 오는 경우 또 눈치가 보인다.


게다가 초행 드라이버를 더 곤혹스럽게 만드는 요소는,
중앙차선도 흰색이라 주행차선과 선뜻 식별이 안 되는데, 자전거 전용 도로 폭이 거의 차도 수준으로 차도와 붙어있고,

또 어떤 때는 버스와 택시 전용차선까지 따로 구분되어 있다.
그러니,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하면서, 내가 차선을 제대로 타고 있는지 불안한 경우가 종종 있다.
좌회전하며 맞은 편 직진 차 신경쓰랴, 보행자 신호 신경쓰랴, 뒷 차도 신경쓰면서 차선 확인도 해야 하고,
게다가 길도 모르니 내비 화면 보면서 방향 확인까지..
가끔 주위의 짜증스런 시선을 느끼면 내가 뭘 잘못했나 복기하기도 한다.


유럽은 회전교차로를 수시로 만난다.
처음엔 교차로 진입 타이밍을 잡느라 눈치보기 바빴는데, 이제 진입시 권리와 의무에 대한 룰을 확실하게 이해했다.
한국식 운전 스타일로 가끔 멍 때릴 때가 있지만.


그런데.. 코펜하겐 다운타운 초입의 회전교차로.
이건 또 뭐냐...?


분명 원형의 회전교차로인데, 그리고 일반 차량들은 그 회전교차로를 따라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데,

그 회전교차로를 십자로 4등분하며 트램과 버스가 동시에 관통한다. 자전거는 기본이고.
더 황당한 건, 그 어마무시한 교차로 현장에 신호등도 없고 교통경찰도 없다.
그럼에도 모든 유형의 운송수단들은 경적 소리 하나 안 내면서 요리조리 잘 들 빠져 나간다.
오랜 기간의 관습에서 나름의 룰이 정립된 것이겠지만, 가야할 방향도 모르는 이방인에겐 너무 가혹한 시련이다.


그런 시련을 극복하며 예약한 숙소에 근접했는데, 코펜하겐 중앙역 부근에서 경찰이 차선을 막고 우회시킨다.

폴리스 라인까지 설치한 걸 보면 무슨 사고가 생긴 모양이다. 경찰의 통제에 따라 방향을 돌리는데,

사정을 알리 없는 AJ의 내비는 자꾸 유턴을 하라며 자기가 제시한 길을 고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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