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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Dec 04. 2016

크리스티안스하운 섬의 Vor Frelsers Kirke


코펜하겐 남동부 크리스티안스하운 섬에 있는 Vor Frelsers Kirke(구세주교회).


1696년 크리스티안 4세에 의해 건축됐다는 이 성당의 특징은 96미터에 이르는 종탑인데,

일단 안으로 들어가 보자.


전면 제단

사람들이 바라보는 곳이 전면이고, 내가 담은 모습은 성당의 가로 폭이다. 그만큼 넓다는 의미.

사람들의 모습이 참 자유롭고 편안해 보인다. 이곳 사람들에게 성당은 엄숙한 儀式의 場이 아닌, 생각과 육신의 쉼터이기도 한 모양이다.


천사들


종탑을 오르려면 티켓을 끊어야 한다. 종탑을 오르는 입장료는 45 크로네.

종탑까지 오르는 과정은 경이롭다.


2층으로 오르니 철문이 보인다.

난 이것을 그냥 한국인을 환영한다고 해석할란다.


아이들의 그림을 게시해놨는데, 의미는 모르겠다.

이게 자유여행의 맹점이다. 안내원이 없으면 궁금한 걸 물어볼 데가 없다는 거. 


좁은 공간에 어떻게 이런 구조의 목조계단을 만들었는지..

내부 공간이 좁아 사다리와 같은 수직 계단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90도로 꺾이면서 올라가는데,
좁은 공간으로 인해 계단 경사가 엄청 가파러서 중간부터 호흡이 거칠어진다.

게다가, 계단의 좌우 폭과 발판 폭도 무척 좁아 계단에서는 서로 교행이 안 되고,

계단이 꺾어지는 지점에서 내려오는 사람을 기다려줘야 한다.

계단을 오르면서 커다란 종들이 걸려있는구조와, 커다란 톱니바퀴 등 종들을 작동하는 설비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옛날 이런 것들을 어떻게 이 높은 곳에 설치했는지 미스테리다.
어디에나 그렇듯 희생도 따랐을텐데, 하나님이나 예수께서 바라신 게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하고.


오르다 보면 종탑을 관리하는 인력이 상주했을 거라는 흔적도 보인다.

좁은 공간을 통해 이 침대를 옮겨왔다고 해도 놀랍고, 재료를 가져와 여기서 만들었다 해도 놀랍고...


이 천사들은 왜 이곳까지 올려져 버려졌는지...

마치 갇힌 상태에서 절규하는 듯해 마음이 답답해진다.


종탑까지 오르는 내부 구조가 경이롭다면, 종탑의 외부 구조는 아찔하다.

내부의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나가면 종탑 외부에 좁은 발코니 형태의 전망대가 있고,
여기서 나선형 계단을 통해 종탑 끝까지 오를 수 있다.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어 발코니라고 표현을 했지만, 두 사람이 옆으로 비껴서야 겨우 지나갈 정도로 폭이 협소한데,

발판이 바깥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언뜻 밑으로 미끄러질 거 같은 긴장감이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본 모습


여기서 종탑으로 올라가는 150 계단은 밑에서 보는 것과 달리 올라갈수록 끝이 없는 느낌인데, 정말 하늘 끝을 향하는 것 같다.

오를수록 계단 폭이 점점 좁아지면서 절벽 위의 협로를 걷는 느낌이 들어 어지럼증으로 중간쯤에서 포기하는 사람도 꽤 많다.


끝까지 오르면 평평한 곳이 나오지 않고, 나사의 끝과 같이 그냥 좁아진 상태로 끝.
세 계단을 남기고는 너무 좁아서 더 이상 발을 붙일 수가 없어 머뭇거리는데, 바로 뒤에 따라오던 외국인이 안 가냐고 묻는다.
너무 좁아 올라갈 수 없다고 하니 얼마나 남았냐길래, 세 계단 남았다고 하니, 이 친구 자기 뒤의 친구에게 다섯 계단 남았다고 전한다.

자리 바꿔서 올라가겠냐고 물으니 됐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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