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하 Dec 06. 2016

코펜하겐의 해방구 [크리스티아니아]


구세주교회 옆의 [크리스티아니아(Kristiania)]는 이방인의 눈에는 매우 생경한 구역이다.


이 자리에 주둔하던 해군기지가 1970년대 초 이전하며 비어있던 12만 평 정도되는 부지에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던 젊은이들이 들어와

기지 시설을 이용하여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며 독자적인 생존의 터를 만든 곳이 지금의 [크리스티아니아]다.
비유하자면, 집시나 히피들의 해방구인 셈이다.


안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스산하고 조금은 움츠러들게 만드는데, 이 안에 그들의 모든 생활기반이 있다.

정부가 인정하는 공식 자치구는 아니지만, 그들만의 깃발을 사용하고,

총기 소지 금지와 자동차 출입 금지 등 그들만의 룰과 만장일치 합의제인 의사결정 과정도 있다고 한다.



몇 년 전 덴마크 대법원이 크리스티아니아를 불법 점유로 판결했지만,

그들을 옹호하는 시민들의 정서로 인해 우여곡절 끝에 정부도 강제 철거 대신 저렴한 토지비용으로 토지를 양도하여

합법적인 주거지로 인정하는 걸로 합의를 봤음에도, 그들에게 돈이 없어 여전히 무단점유 상태라고 한다.


크리스티아니아는 식량과 의복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게 자급자족이다

심지어 유치원도 있다.


바닥에 이 건 무슨 의미지? 단순히 그들 예술의 일환인가...



크리스티아니아 내에서도 더 은밀한 구역이 있다.

다른 곳에서는 사진 촬영에 별 말이 없는데, 그 구역에서는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 곳에서는 마리화나가 거래되는 등 뭔가 음습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모양인지..

이 곳 입구에는 [ Have Fun. Don't Run. Don't Photo ]라는 경고문이 살벌하게 붙어있다.

즐기되 뛰지는 말라는 문구로 보아, 뛰는 사람은 밀고자 내지는 이 구역이 정한 규율을 어긴 이단아로 보는 모양이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갑자기 무장한 경찰들이 그 구역으로 진입하며 폴리스 라인을 설치한다.
동원 병력이 제법 되는 걸 보면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모양인데, 지연이가 옆으로 누군가 쏜살같이 달아나는 걸 보았단다.
호기심에 다가가는데, 누가 옆에서 "원래 안 되는데, 지금은 경찰이 있으니 사진 찍어도 된다"고 알려준다.

조심스레 안을 주시하는 중, 갑자기 폴리스 라인 안 쪽이 어수선해지며 사람들이 몰린다.
사람들 사이로 백인 한 명이 경찰에게 체포되어 결박당하는 모습이 보인다.

스릴러 영화 한 편을 보는 기분이다.


그나저나, 코펜하겐 들어오는 날도 중앙역 앞에 폴리스 라인을 친 무장경찰들이 차량들을 회차시키던데,

코펜하겐 왜 이래..


자전거 천국에서는 자전거를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끝이 없다.
특히, 코펜하겐의 크리스티아니아 구역은 자동차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앞바퀴를 변형한 자전거가 유일한 운송수단이다.


자전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라서인지 디자인과 기능 등 자체 제작한 자전거의 수준이 꽤나 높은 듯하다.  


크리스티아니아를 벗어나는 골목에서 으스스한 분위기의 청년이 내 옆을 지나며 카메라 렌즈를 툭 치며 뭐라 한마디 한다.
짜식~ 은근 사람 쫄게 만드네..


바로 옆 100m 정도 거리의 구세주교회는 하늘로 치솟고 있는데, 여기는 인간 정신의 땅끝 마을이다.
완전히 다른 두 가치와 세계가 지근거리에서 공존하는 걸 보며, 누가 더 구원받은 영혼인지 궁금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크리스티안스하운 섬의 Vor Frelsers Kirk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