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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Jan 09. 2017

뤼벡의 행운


뤼벡의 정취에 반해 그냥 떠나기 아쉬워 다운타운을 다시 한번 돌고 난 후,

홀스텐토 박물관 뒤 도로에 늘어선 여러 피자집 중 전 날 지연이가 봐 뒀다는 집을 찾았다.

자리를 잡으며 주변 테이블에서 주문한 피자를 둘러보니, 이게 피자야..? 뭔 놈의 피자가 이리 커~?


피자 두 판과 샐러드가 우리의 오더.

그리고 우리에게 제공된 식사는..

살면서 먹어 본 피자 중 초 특 킹 사이즈.

한 판만 올려도 꽉 찰 테이블에 두 판을 올리니 넘친다.

안 그래도 큰 피자를 더 크게 보이려고 일부러 테이블을 크게 하지 않은 건가?

이 도로의 다른 피자집들도 다 이 사이즈일까 궁금한데, 그건 아닐 거 같다.

킹 사이즈 피자는 이 집만의 캐릭터일 듯.

놀라운 건,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1인 한 판이더라는 거.

그리고 또 하나의 포인트는, 크기만큼이나 맛있더라는...


어쩌다 마주친 뤼벡은 끝까지 우리에게 선물을 준다.

커다란 피자를 입에 물고 창 밖을 내다보니 길 건너 다리 위에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보이던 사람들이 계속 보인다.

이동을 않고 있다는 얘기다. '뭐가 있나? 운하에서 무슨 이벤트가 있나?'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고적대와 같은 밴드 소리가 요란하며 사람들이 환호한다.

'뭐지? 저건....' 궁금증에 식당을 나와 중심도로로 다가갔더니....


우와~ 이게 뭐냐...

우리도 가까이 가보니 무슨 퍼레이드 행렬이 일정 규모 unit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선도 차량과 뒤따르는 사람들의 형태가 가장행렬과 같이 다 다르다.

가장행렬이 틀림없는데, 무슨 행사인지...  멀리 바라보니 끝이 없는 듯하다.


사람들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이어지는 퍼레이드를 지켜보는데,

가장행렬의 모습 중 몇 가지만 소개한다.


트랙터, 마차, 배 모양 등의 선도 행렬에 탑승한 사람들은 길가에 구경 나온 아이들에게 사탕과 과자, 작은 인형들을 던져주고, 뒤따르는 행렬은 여러 형태의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카메라를 보고 수줍은 미소와 함께 포즈를 취해주는 어린 미소년들.


가장행렬의 멤버들이 아이들에게 인형과 사탕을 나눠준다.

그리고, 이런 행사에 익숙한 듯 아이들 손에 바구니를 들려 나온 부모들도 많다.


그런데... 이 행사의 의미가 궁금하다.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주위를 들러보는데, 도로 한 편에 비상시를 대비한 구급차량이 보이고,

우리의 119 대원 같은 젊은 청년이 앉아 있다.

다가가 "이게 무슨 행사냐?"라고 물으니 대답을 하려다 말고 스마트폰을 만지기 시작한다.

과부 심정 홀아비가 안다고, '아하~ 이 친구가 단어 검색을 하는구나..' 싶어, "나도 영어가 짧으니 서로 쉬운 말로 하자~"고 하니,

돌연 얼굴에 화색과 미소가 번진다. 그다음부터는 서로가 아주 편했다. 쉽게 말 하니 알아듣기도 쉽고...


그 청년의 설명에 의하면, 매년 6월 열리는 뤼벡 축제란다.

그러니까 뤼벡 시 산하 우리의 동(洞) 단위 자치단체별로 가장행렬이 이루어지는 거 같은데,

1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를 보게 되어 우리 운이 좋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온 마을 사랄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독일의 마을축제를 즐길 수 있었던 우리는 정말 운이 좋다.


예정에 없이 들러 예쁜 골목과 존경받는 정치인의 기념관도 둘러보고, 미사도 보고,

생애 최대의 피자까지 맛보고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마을축제까지 접한 뤼벡은 우리에게 진하게 각인되었다.

짧은 여정이지만, 강한 인상을 남겨준 도시 뤼벡. 잘 들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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