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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Jan 26. 2017

부러우면서 부끄러운 운전 관행


이번 여행기간 내내 나를 일깨운 건 따로 있었다.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것. 운전 관행이다. 우리 교통환경에선 생각하기 어려운,

하지만 사실 기본적인 여러 교통질서를 거의 예외 없이 당연시하는 그들의 운전 습관이 놀라웠다.

그들의 운전 관행을 축약하면, [배려, 양보, 기다림]이다.

떠오르는 대로 상기해 보면, 가장 기본인, 규정 속도 준수.

대개 주택가는 50km 이하이고, 일반 도로는 보통 60~80km인데,

아무리 사람이 없고 앞에 차가 없어도 대부분 규정 속도를 지키고, 다들 앞 차를 졸졸 따라간다.

급히 가야 할 차는 적정지점에서 추월을 할 뿐, 앞 차가 늦게 간다고 뒤에서 경적을 울리는 일이 없다.

그리고, 보행자나 다른 차가 보이면 일단 멈춤이다. 보행자가 차도에 근접하지 않아 차가 먼저 지나갈 시간이 충분함에도,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는 의도로 다가오는 거 같으면 먼저 멈추고 보행자를 기다린다. 차가 보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직진 차선이 우선권을 갖고,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하는 차가 눈치를 보는데, 그들은 먼저 나오라고 직진 차들이 기다려 주는 경우가 많다.

회전을 하는 차들의 경우도, 충분히 먼저 끼어들 여유가 됨에도 직진 차가 오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시내가 아닌, 2차선의 경우 1차선은 추월차선이다. 이건 사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실행하는 마인드가 다르다.

추월 시만 1차선으로 주행하고, 추월 후에는 반드시 2차선으로 다시 들어간다.

규정속도를 지키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으로 2개 차선을 같이 사용하지 않는다. 추월 차선은 바쁜 사람을 위해 비워두는 게 기본이다.

때문에 바쁜 차들이 느리게 가는 차 때문에 짜증 날 일이 없다. 4차선일 경우도 마찬가지로, 속도가 느린 순서대로 바깥 차선이다.

규정을 준수하면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깔려 있다. 규정 준수도 민폐를 끼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다.



내가 가장 놀랐던 건, 차선 합류지점에 대한 안내 표지를 만났을 때다.



전방 700m 지점에서 차선 합류 혹은 도로 폭이 좁아진다는 안내 표지판이 있을 경우,

그들은 표지판을 보는 순간부터 미리 차선을 하나로 만들어 나간다.

차선 합류까지 아직 몇 백 미터가 남아 차선 하나가 비어 있음에도 미리 일렬을 만들며 가다 보니 폭이 좁아지는 곳에서 병목현상이 없다.

우리는 그 표지판을 보고도 차선이 있는 한 끝까지 가지 않는가. 교통량의 차이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스스로 변명하면서도,

주어진 예고에 따라 미리 준비를 하는 그들의 질서의식에 대한 공동의 인식이 부러웠다.

그들은 방향지시등으로 차선 변경 의사를 표시하면 끼어들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 모두가 그러는 게 보이니, 나도 자연스레 그 속에 동화된다.

일전에 나의 운전 습관에 대해 반성하고 회개하며 다녔다는 표현이 결코 빈 말이 아니다.

상당한 깨우침을 받았지만, 국내에서 나는 또 서서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뒤에 있는 차가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며, 초보라고 인상을 쓰며 지나갈 것이고, 나의 시간 손실도 커질 테니까.


다 같이 조금만 인내하고 지키면 모두가 여유로워질 텐데, 우리는 왜 안 될까..

화장실 한 줄 서기가 어느 시점 기적처럼 지켜지기 시작한 것처럼, 이런 교통습관도 언젠가 가능하지 않을지 기대해 본다.

가장 어려운 게 대중의 의식혁명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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