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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Jul 22. 2017

미야코지마 게스트 하우스

역대급 반전을 안겨 주다


차를 받았으니 이제 숙소에 가 짐을 풀어야 한다.


네 식구들이 모두 함께 한 해외여행의 부푼 기대를 품고 도착한 4박5일 우리의 보금자리 미야코지마 게스트 하우스.


'여긴가...'

게스트 하우스라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역으로 게스트 하우스에 대한 최소 기대치는 있었는데,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주차 관계로 핸들을 잡은 채, 집안에 먼저 들어선 아내의 순간적으로 변하는 얼굴 표정을 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번 여행은 망했구나..'

제법 많은 여행을 다니며 여러 종류의 숙소에 묵었었지만 숙소의 격에 대해 내색을 해본 적이 전혀 없던 아내였는데,

그런 아내의 동공 지진을 보았으니..


좁고 허름한 입구, 마당 가득히 펼쳐진 정리되지 않은 듯한 각종 기구와 도구들, 늘어진 줄에 걸려있는 이부자리들,

자유분방하게 펼쳐진 내실, 위 아래가 트인 비닐 커튼으로 가려진 옥외 샤워실.

'저기서 샤워을 하는 것인지..  화장실은 어떨 것이며, 방 내부는 어떤 모습일지.. 방에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는 있는지..'

심란한 마음을 억지로 추스리며 우리의 예약 룸에 들어서며 우리는 또 한번 놀랐다.


미야코지마 게스트 하우스에는 모두 6개의 객실이 있고, 우리가 예약한 두 개를 제외한 나머지 네 객실은

2층 침대가 있는 도미토리 스타일인 듯하다.(들어가보지 못해 단정지을 순 없지만 지나치며 언뜻 눈에 스친 모습은 그렇다)


그리고, 우리가 예약한 방.

하나는 트윈 베드에 작은 냉장고와 에어컨이 있지만, 욕실과 화장실은 없다. 공용 욕실과 공용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놀라움을 준 건 또 하나의 방.

에어컨은 물론 대형 냉장고에 개인 욕실과 화장실도 구비되어 있는데, 최근에 리뉴얼한 흔적이 확연하다.

게다가, 테이블이 놓인 발코니에, 천정엔 커다란 선풍기도 돌고 있어 마치 동남아 어느 별장에 온 느낌이다.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이야... 이곳의 스위트룸 격으로 웬만한 호텔의 일반 객실보다 훨씬 낫다.

게스트하우스라 하여 타올을 준비해 갔는데, 방에 개인별 두 개씩의 타올이 구비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이틀이 지나니 방을 비운 사이 청소를 해놓고 타올도 새 것으로 교체해 놓았다.

아들 왈 "타올 갈아주는 게스트 하우스도 있네.."


개인 욕실은 물론 공용 욕실까지 모든 목욕 용품이 깔끔하게 비치되어 있고, 자유여행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주방용품도 완비되어 있다.

커피와 차(茶)도 무료로 이용 가능하고, 생맥주는 본인이 따라 마시고 300엔을 통 속에 넣는 자율판매다.


자전거도 무료 대여라 자전거를 타고 인근 해변에 나갈 수도 있다.

아침 일찍 아내와 딸이 마에하나 비치까지 산책을 다녀올 정도로 해변도 가깝다.


낮엔 대문은 물론 거실도 활짝 열린 채 아무도 없다.

모처럼 느껴보는 평화롭고 순박한 시골 정취. 날씨부터 환경까지 모든 게 슬로 라이프의 전형이다.

우리가 지불한 숙박료가 48,000엔. 방 두 개에 하루 12만 원 정도면 아주 훌륭하다.


역대급 반전을 안겨 준 미야코지마 게스트 하우스.

다시 여길 온다면 반드시 이 방을 예약하자는 게 우리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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