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가 많아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난, 무늬만 천주교 신자다.
그럼에도 누가 종교를 물으면 거침없이 천주교라 답한다.
그러면서 자그마한 양심으로 사족은 단다.
"요즘은 돌팔이입니다..."
신반포성당에서 결혼을 했고, 이따금씩 성당은 가는데 잊히지 않는 신부님의 말씀이 있다.
하나는,
결혼식 때 주례 신부님이 신랑 신부의 손을 포개 놓고 하신 말씀.
"이제 이 결합은 인간의 힘으로는 떼어놓을 수 없는 결합입니다."
또 하나는, 일요 미사 때
"하나님은 사회활동에 지장을 받으면서까지 교회에 오는 걸 원치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다 이해하십니다."
그때 난, 믿는 분을 참 잘 선택했다고 뿌듯해했다.
내 성격은...
대단히 낙천적이다. 가급적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애쓴다.
또 사교적인 편이다.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굉장히 진보적이라고 한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상당히 진보적인 듯 보이지만, 기본 인식은 의외로 보수적이라고 말한다.
나는 늘 스스로를 중도로 몰아가려고 애쓴다.
나는 내가 관심을 갖는 분야, 그리고, 꼭 해야 할 것에 대해서는 치밀하고 꼼꼼하게 파고든다.
하지만 꼭 해야 할 게 아니라면 대부분 대충대충이고, 추진력이 부족하고, 한마디로 실천력에 문제가 있다.
아이디어와 관심은 많지만 대개가 호기심 차원이다.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건드리는 것은 많은데, 깊이가 없이 늘 부족하다.
나를 언뜻 아는 사람은 내가 무척 박식한 걸로 안다.
얘기 소재마다 조금씩 아는 척을 하기 때문이다.
좀 지나면 그게 착각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 그 날이 빨리 올까 봐 나는 늘 전전긍긍이다.
말이란 샘물과 같아서 적당히 할 때 늘 정제된 표현으로 사람들에게 신선감을 줄 수 있고,
말이 많으면 곧 바닥이 드러나는 법인데, 지금도 말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감추기 위한 핑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렇게 다 알면서도 바로잡지 못한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