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남 1녀 중 장남인데, 유교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 사회에서 [맏이]는 늘 불편하다.
부모 입장에서 [맏이]는 모든지 잘해주길 바라고,
동생들에게 모범과 관용과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
물론 그만큼의 대우는 받지만 부담이 큰 건 사실이다.
사실 나에겐 두 분의 형님이 계셨는데, 모두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
대학시절 나는 부모님께 말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날도
"장남인 네가... ..." 하시며 예의 장남 역할론을 펴시는 아버님께
"아버님... 제가 원래 장남도 아니고, 사실 팔자에도 없던 장남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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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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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에겐 깊은 상처인 말을 얼떨결에 내뱉고는 나도 놀라 우물쭈물 눈치를 살피고 있는 내게
아버님이 한말씀 하셨다.
"팔자가 달래 팔자냐.. 그런 게 팔자지..."
순응한다는 건 묻혀지내는 것이 아니라,
여건에 적응하며 헤쳐나가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