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봉투와 아들의 화목한 결혼생활

by 강하


분리수거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엘리배이터를 타니

먼저 타고 있던 한 주부께서 웃으며 말을 건넨다.

"부인께서 좋으시겠어요~"


신경 안 쓰는 것보다야 낫겠지.

하지만, 인과관계는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아내 좋으라는 목적에서 하는 게 아니라,

내 생각대로 하다보니 아내도 좋아한다.


늘 항상 그러는 건 아니지만,

집을 나설 때는 들고 나갈 게 없는지 집안을 살피는 편이다.

이유는 두 가지.


아이들은 크면서 접하고 보는 부모의 행동을

보편적인 사회규범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즉, 당연히 개인차가 있겠으나, 다수의 아들은 아버지의 모습에서 그 시대 가장의 역할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아버지가 가사를 돕지 않으면, 아들은 가사는 가장이 할 일이 아니라 생각하게 되고, 아버지가 가사를 돕는 모습을 보며 자란 아들은 그게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역할이라 인지하게 된다.


반면에,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우는 남편의 아내는

딸에게 " 너는 엄마처럼 살지마라" 주입시킨다.

그리고, 가사를 돕는 아버지를 보며 자란 딸은 가정에서 남편의 역할은 당연히 서로 돕는 거라 여긴다.


때문에, 전자의 아들이 만나게 되는 가정은 다툼이 잦을 수 밖에 없고, 후자의 아들이 꾸미는 가정은 상대적으로 화목하다.


◈ 결론은, 내가 쓰레기를 들고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아들의 화목한 가정생활을 바라기 때문.


또 하나의 이유는, 생산성과 건강을 위해서.


이왕 나가는 거, 뭐라도 들고 나가면 그걸 위해 일부러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반대로, 때로는 운동삼아 일부러라도 들고 나가기도 한다.

그로인해 나에게 건네지는 호감어린 시선은 덤이다.


쓰레기 봉투를 든 남편의 모습이 어색한 시대는 이미 지났다.

어색하게 쳐다볼 거 같은 자격지심만이 남아있을 뿐.


굳이 남을 위해 살려 의식할 필요없이, 그냥 내 생각대로 살다보니 그게 상대에 대한 배려가 될 수도 있는 게 세상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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